[장학만의 글로벌 기업 속으로]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소장 인터뷰

보행능력 등 개선할 점 많아

지난 6년간 정부 연구비 36억원

기업들도 확신 없이 투자 꺼려

드론 등 새로운 사업 모델 필요

카이스트(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오준호 소장이 내년 6월 열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최의 재난구조 로봇 경진대회인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할 현재 제작중인 팀카이스트의 로봇 DRC휴보를 국내 언론으로는 한국일보에 처음 공개했다. 대전=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3)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휴보 제작 연구실. 휴보는 휴머노이드와 로봇의 합성어이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세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두 발로 걷는 로봇 휴보를 만든 이 연구소 소장 오준호 카이스트 특훈교수는 내년 6월 열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재난구조 로봇 경진대회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할 새로운 로봇 DRC휴보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2014년은 휴보가 세상에 나온 지 10주년이 되는 해. 그는 다가올 10년 휴보의 지속적 진화를 준비 중이다.

오 교수는 아직 머리부분이 만들어지지 않은 미완의 DRC휴보를 국내 언론에는 처음으로 한국일보에 이날 잠시 공개했다. DRC휴보는 키 170㎝, 몸무게 70㎏의 건장한 청년 같은 체형에 보폭 40㎝로 분당 65걸음(시속 1.25km)을 걸을 수 있는 수준이다. 휴보가 처음 소개된 10년 전 키 120㎝, 몸무게 60㎏에 보폭 35㎝으로 아장아장 걷던 것과는 비교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오 교수에게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전 세계 로봇시장은 지금 어느 수준에 와있나.

“성숙되려면 아직 멀었다. 5, 10년 사이 큰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주 미미하지만 실질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용 정도다. 또 시장이 있는 분야는 수술로봇과 제조로봇 등 산업용이 전부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로봇 붐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는데 최근 1, 2년 사이 다시 일고 있다. 이는 대형 IT기업들이 스마트폰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면서부터다. 구글이나 아마존, 소프트뱅크에서 로봇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해 기업들도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 매출이 없자 시들해졌는데 최근 다시 붐을 타고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 같다.”

-정확하게 로봇이 뭔가. 사람처럼 생긴 것, 즉 휴머노이드만 로봇으로 봐야 하나

"로봇의 형태를 가진 것과 로봇의 기능(robotic function)을 가진 것은 구분해야 한다. 지금은 로봇의 기능적 특징인 이동성과 자율성을 활용한 연구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구글의 무인차와 아마존의 드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이 같은 로봇화는 더 확산될 것이고, 시장에 다양한 수요를 고려할 때 수술 로봇을 비롯해 산업ㆍ군사ㆍ재난구조용 로봇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뱅크가 내년 2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상용화한다는데, 돌풍을 일으킬까.

“로봇 시장은 수요도 표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누구나 성공하면 대박인 블루오션인 동시에 장기간 투자가 요구되는 레드오션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스마트폰 이후의 미래와 관련해 로봇의 기능이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로봇 플랫폼이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다. 일본에선 일찍이 아이보라는 애완기능의 강아지 로봇이 나온 적이 있다. 당시 가격은 400만원이었다. 그런데 페퍼는 200만원대다. 로봇을 구성하는 데는 플랫폼과 형태적으로 로봇다운 모습인 하드웨어, 지능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플랫폼에는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들어갈 것이고 움직임을 위한 전동기와 로봇다운 모형 등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들을 합쳐 200만원대라면 로봇의 기능이 어떤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완성도와 강도, 실용성 등을 고려할 때 2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다.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지능을 전세계에 있는 집단 지성과 연결하는 무한 리소스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앱을 만들어 생태계를 형성한다면 일본의 오다쿠(마니아) 문화에서 기술적인 상승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처음엔 신기하니까 빠져들지만 결국 200만대 로봇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 수준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퍼는 차별화된 연구 성과로 상용화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친숙도를 높이고, 로봇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휴보가 아닌가.

“휴보는 연구ㆍ실험용 로봇이다. 그러나 이미 연구용 플랫폼으로도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 대학 등에서 연구용으로 수요가 있어 2011년부터 판매해 오고 있다. 가격은 40만달러로 지금까지 총 15대가 팔렸다. 일본 아시모와 미국 아틀라스 등의 이름난 로봇도 있지만 실제로 판매된 것으로는 휴보가 최초다. 지난해에는 구글에서 2대를 사 갔고, MIT와 퍼듀대 등 미국 7개 대학과 서울대, 중국 등에 판매됐다. 최근 국립과학관에서 2년간 전시된 바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의 로봇연구를 평가한다면.

“일부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시장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AI) 발전은 크지 않다. 때문에 무인자동차나 드론과 같은 자율기능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이 같은 시도가 이뤄지는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 로봇의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형태적인 로봇이나 로봇의 기능성을 살린 두 방향 모두에 적극적이지 않다. 기업은 투자한 후 3년 안에 실적이 나와야 하는데 로봇으로 5, 10년 내에는 돈을 벌기 힘들기 때문에 깊은 연구에 매달리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그렇지만) 국내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패스트 무버(fast mover)가 아니라 팔로어(follower)의 자세를 갖고 있다. IBM에서는 노벨상이 나오지만 삼성에서 나오지 않는 것도 다 그런 배경이다.”

-정부의 지원과 마인드는 어떻게 보나.

“로봇 연구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 연구비와 연구 역사에 준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1950~60년대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90년대 들어서다. 절대 규모 면에서 못 미치고 있다. 기술력의 98% 정도는 누구나 노력하면 따라간다. 부족한 2%를 이루기 위해선 98% 투자한 것에 100배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미진하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로봇연구 수준은 벤츠와 소나타의 차이다. 휴보를 시작으로 알버트 휴보, 휴보2, 휴보2 플러스에 이어 지난해부터 DRC휴보까지 만들었는데 지난 6년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가 총 36억원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턱없이 미미한 정부지원에)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가 로봇 강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휴보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가 없다. 정부는 더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내년 열릴 미국 재난구조 로봇경진대회에 휴보가 참가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재난구조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내년 6월 열리는 이 대회는 전 세계 인간형 로봇들의 진검승부 경연장으로 보면 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구글, 보스턴다이내믹 등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서 24개팀이 참가한다. 우리나라에선 팀카이스트의 DRC휴보와 로보티즈의 똘망로봇 등 3개 팀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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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카이스트(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과 연구진이 개발한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휴버2와 국방연구원에 제공한 군사용 로봇, 휴버2 플러스, DRC휴보(왼쪽부터). 대전=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3)

-DRC휴보는 어떤 로봇인가.

"기존 휴보2보다 힘이 4배가량 세다. 몸무게는 10㎏ 정도 늘었지만 손, 팔 움직임이나 빠른 걷기 등 기능적인 면에서 한층 민첩하고 정교해졌다. 사다리를 혼자서 올라갈 수도 있고 자동차 운전은 물론 손으로 5㎏의 물건을 들 수도 있다. 어떠한 재난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된 로봇으로 보면 된다.”

-휴보가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한히 개선돼야 한다. 갈 길이 100이라면 아직 5 수준이다. 휴보는 아직도 개발 단계에 있는 연구용 로봇이다. 기술적으로 걸음 안정화가 개선돼야 한다. 자율 보행이 가능한 이족보행 기술이 중요한 핵심이다. 당장 경진대회에서 휴보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돌무더기 등을 안정적으로 넘을 수 있는 보행능력이 최대 관건이다. DRC휴보 안에 소형컴퓨터 20여개와 전동기(모터) 40여개, 센서 10여개가 들어간다. 이들은 민감하게 연결돼 있어 재난구조활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완벽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복합적인 대응능력을 키워야 하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

-결국 중요한 건 상용화인데,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

“실용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용 로봇인 휴보는 지난 2년간 국립과학관에서 하루 5번씩 쇼를 하며 전시용 로봇으로 활용됐다. 이 경험을 통해 외부 충격에도 강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의 표준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는 느낌이 컸다. 또 로봇화의 시대에 맞춰 휴보의 손과 팔 센서 등에 적용된 기술들을 상업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10년 후 로봇시대를 예상해달라.

“기술은 냉정하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점점 로봇기술은 진화할 것이다. 특히 10년 후 로봇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10년 전에 로봇시대는 왔다. 우리는 지금도 로봇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것이 로봇인지를 인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50년 전 컴퓨터가 처음 발명된 직후 한동안 컴퓨터는 가계부를 계산하거나 워드프로세서용으로만 사용됐다. 그리고 교육용 프로그램 등으로 확산했지만 이젠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미드(미국 드라마)도 보는 등 그 사용법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냉장고와 TV, 휴대폰 모두가 컴퓨터 아닌가. 로봇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가 로봇화돼 자율주행과 주차 등 이미 무인자동차 시대가 도래했다. 카메라도 알아서 자동으로 찍히고 사람을 인지하면 자동으로 문도 열린다. 사람 형태의 문지기 로봇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처에 로봇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로봇시대를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고 사회적 규정이나 법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기적과 같이 로봇시대가 열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전=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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