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이야기]

일본 다이지 어부들과 조련사들이 전시용으로 수족관 등에 판매할 돌고래를 포획하고 있다. dolphinproject.net 제공

‘윙윙윙… 검은 연기를 뿜으며 배가 다가온다. 사람들이 쇠로 된 장대를 망치로 쳐서 소음을 내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다. 청각이 예민하고 음파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럴 땐 오히려 불안감만 키울 뿐이다. 배들은 정신 없이 허둥대는 우리를 한쪽으로 만(灣)에 몰아넣는다. 이미 해상 가두리 속에 갇힌 채. 아무리 빠져나가려고 헤엄을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친구, 가족들 중에는 바로 작살에 찔려 죽고 용케 살아남으면 수족관에 팔려나가기 위해 점프를 하고 죽은 고기를 받아먹는 방법을 배운다. 바로 죽는 게 나은 건지 쇼를 해서라도 계속 살아가는 게 나은 건지 잘 모르겠다.’

지난달 중순 일본 오사카에서 기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4시간 가량 떨어진 와카야마(和歌山) 현 다이지초(太地町)을 찾은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팀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돌고래 입장으로 각색해 봤다. 이곳에서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2,000마리의 돌고래 사냥이 이뤄진다. 올해도 세계 90개 도시에서 돌고래 학살을 중단하는 시위를 개최했지만 일본에선 어김없이 도살행위가 이뤄졌다.

일본 다이지 바다 가두리에 갇힌 돌고래가 점프하고 있다.dolphinproject.net 제공

사냥배들은 연안에서 30㎞미터 밖으로 나가 돌고래 떼를 찾고 쇠로 된 장대를 물에 담근 채 윗부분을 망치로 쳐서 소음을 유발해 돌고래를 혼란에 빠트린다. 돌고래가 만에 갇히면 어부들이 칼로 도살을 시작한다. 일부는 조련사들이 전시를 위해 구입하기도 한다.

이 팀장이 도착한 지난달 16일은 3주전 포획돼 해상 가두리에 잡혀있던 참돌고래 2마리가 수족관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같이 잡힌 나머지 15마리는 고기용으로 도살됐다.

살아남은 가두리 속 돌고래 두 마리는 숨쉬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고 물에 둥둥 떠 있기만 한 상황이라 이동 중 햇빛에 화상을 입을 가능성마저 있어 흰색 색소까지 칠한 상태였다. 보통 이송과정, 순치과정에서 많이 죽는 데 옆에서 가족, 동료들이 눈 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는 등 포획 당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돌고래들은 천정이 뚫린 수족관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야생 돌고래’가 ‘수족관 돌고래’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들은 순치 과정을 겪을 것이고, 견디지 못하면 해체방으로 옮겨져 고기로 팔려나갈 것이다.

일본 다이지에서 조련사들이 전시용으로 쓸 돌고래를 고르고 있다. dolphinproject.net 제공

다이지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다이지 고래 박물관’을 포함해 세 개의 수족관이 있다. 다이지 고래 박물관에는 35마리의 돌고래가 재주를 배우는데 지난 1월 포획된 분홍색 돌고래 ‘엔젤’은 잡힌 지 10개월 만에 조련사의 손짓에 맞춰 점프를 하고 죽은 물고기를 받아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엔젤은 몸 속의 염색체가 없는 분홍빛 알비노 돌고래로 포획 당시 사회관계형서비스(SNS)로 퍼져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이지 돌고래 포획과 전시용으로 판매하기 위한 순치는 우리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국내 10개 수족관에는 일본에서 수입된 총 31마리의 큰 돌고래가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돌고래 사냥을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 “고기든 전시용이든 수요가 줄면 그만큼 도살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관련 영상]

● 일본 다이지에서 200마리 이상 돌고래가 도살 당하는 장면. 토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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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다이지에서 250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이 고기용으로 도살하거나 전시용으로 팔려나가기 직전 가두리 장에 갇혀있다. 유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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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다이지에서 새끼 돌고래가 사냥되고 도살당하는 장면 ▶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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