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sns)사람 인터뷰] (7) 요리사 레이먼 킴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소통의 큰 축이 된 지 오래죠. 남다른 안목과 친근한 매력으로 온라인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소셜 스타’를 한국일보닷컴에서 격주로 만나보세요. 정보와 삶이 녹아 있는 기획 인터뷰 ‘눈(SNS)사람’입니다. 디지털스토리텔링 인터뷰는 interview.hankookilbo.co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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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강풀, 윤태호, 주호민 만화가님이 저희 가게를 찾은 적이 있어요. 메뉴에 있는 뻔한 요리가 아닌, 최선을 다한 요리를 내 놓고 싶었어요. 뭘 대접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선택했죠. 남자들도 어렵잖게 만들 수 있는, 하지만 있어 보이는 요리. ‘통삼겹 스테이크’ 입니다.”

스타 요리사 레이먼 킴(39)이 ‘오늘의 요리’에 대해 소개했다. (※기사 끝에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너스레가 이어졌다. “강풀 작가님은 진짜 커요. 딱 저것만 해요.” 그는 양문 여닫이 냉장고를 가리켰다. ‘허풍쟁이’라는 이구동성 야유에, 그는 되레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진짠데. 정말이에요. 강풀 작가님 실제로 봤어요?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며 능청을 떨었다.

레이먼 킴은 TV 출연을 가장 많이 하는 요리사 중 한 명이다. 케이블TV 요리 프로그램은 물론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유머 감각을 뽐낸다. ‘쿠킹 마초’라는 별명답게 남성미가 철철 흐르는 외모지만, 익살이 넘친다. 손은 솥뚜껑만 한데, 삼겹살을 만지는 손길은 앙증맞다. 장난기 섞인 독설을 툭툭 뱉어 내지만 사진기를 들이대면 멋쩍은 웃음을 연발한다. 미워할 수 없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는 페이스북에 다양한 화제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요즘 거침 없던 칼 끝이 무뎌졌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서울 성수동의 쿠킹 스튜디오 ‘101recipe’에서 곧 아빠가 될 ‘쿠킹 마초’ 레이먼 킴과 솔직 담백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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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뭐 먹지? '난 뭐 해서 먹고 살까?'

-편견일수도 있지만, 요리사와 썩 어울리는 외모는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나?

“15살 때 캐나다에 갔다. 처음 선택한 미래는 파일럿이었다. 캐나다에서 항공 대학을 다녔다.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 그래서 포기했다. 모든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내게 안 맞는 옷을 입으려니 힘들었다. 나는 와인보다 소주가 좋고,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편한 게 좋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파일럿이 돼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점이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있나?

“한국에 있을 땐 요리를 전혀 안 했다. 라면도 안 끓여봤다. 집안 분위기가 그랬다. 캐나다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칭찬을 참 많이 받았다. 소질이 있나 싶었다. 그래서 1년 정도는 이것저것 요리를 많이 해봤다. 근데 귀찮아지더라. 그래서 아무거나 시켜 먹었다. 피자 한판을 반으로 접어서 뚝딱 해치우는 정도? 그래서 140kg까지 체중이 불었다. 그리곤 진지하게 내 미래를 생각해봤다. 장사는 물론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했고, 요리에서 답을 찾았다. 캐나다에서 만난 친구 JK 김동욱도 요리를 잘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노래를 더 좋아해 가수의 길을 선택했고, 난 요리가 좋아 요리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요리를 한 지 21년째다.”

#2. 국민 먹거리 삼겹살도 '나만의 요리 철학으로'

-서울에서 운영하는 가게는 돼지고기만 전문으로 한다고 알고 있다. 돼지고기에 애착이 있나?

“애착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한다. 돼지고기는 서양요리의 기본이다. 소나 말과 달리 본래 먹으려고 키우는 가축이다. 어디서나 잘 크는 좋은 식재료다. 현실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부위를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의 일부 부위를 그냥 구워 먹는데 그치는데, 그건 요리가 아니라 그냥 한 끼 식사다.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다.”

-레이먼 킴만의 뚜렷한 색깔은 SNS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솔직한 게 좋다. 칭찬을 받으면 겸손하기보다는 기분 좋은 내색을 맘껏 한다. 맘에 없는 얘기를 한 적도 있었는데, 나랑은 안 맞더라. SNS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그냥 일기장처럼 내 생각을 솔직하게 썼다. 소통이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 대화로는 금방 풀릴 수 있는 일도 글로 쓰다 보니 골이 깊어지기도 하더라. 지금의 SNS는 절대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비방과 악플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솔직히 염증을 느꼈다. SNS는 분명 사회적으로 탁월한 장점이 있지만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3 내가 먹을 건데 '재료 선택은 철두철미하게'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파라핀 벌집 아이스크림’ 논란을 일으킨 이영돈 PD와 화해했다.

“내가 먹고 내 자식이 먹을 건데,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 나도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업계가 정화된 것도 맞는 얘기다. 나는 새내기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훨씬 오랫동안 요리사였다. 요리의 기본은 몸에 좋고 신선한 재료다.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업계에서 스스로 자정의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회사 관두면 너도나도 치킨집 차리고 나선다. ‘할 게 없으니 요리나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놔선 안 된다. 돈 만 좇아 음식을 파는 사람 때문에 업계가 혼탁해지는 거다.”

#4 지지고 볶고 '셰프의 조건은 절박함'

-‘셰프가 아닌 사람이 셰프인 척 한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 셰프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돈을 받고 음식을 팔 수 있는 사람이다. 한두 가지 음식 만들 줄 안다고 돈 받고 팔 수도 없는, 모양만 신경 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셰프라고 할 수 없다. 돈을 받고 음식을 판다는 건 책임감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절박함이다. 요리를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이 꼭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이다. 열정과는 다르다. 나는 좋아서 요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 요리를 한다. 돈을 벌려면 손님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셰프는 주방 전체를 지휘하고 조율한다. 단지 요리만 하는 사람이 셰프는 아니다. 내가 음식에 대해 좀 안다고 영양학자가 아닌 것처럼.”

#5 속까지 야무지게 익어야 '마음의 양식을 채워라'

-곧 수능이다. 최근엔 대학교에서 특강도 했다. 성공한 스타 셰프로서 청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는 없나?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싶다. 나는 진짜 책을 많이 읽었다. 캐나다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도서관에 기증을 하고 왔을 정도다. 책은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리사가 꿈인 친구들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요리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요리의 배경과 유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들과 당당하게 얘기하고 자기 주장을 말할 수 있다. 코스요리의 기원을 물으면 프랑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러시아다. 추워서 음식을 미리 테이블에 깔아 놓으면 식기 때문에 고안한 거다. 요즘 유행인 비스트로의 뜻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러시아 말로 ‘빨리’라는 뜻이다. 나폴레옹을 따라 프랑스에 들어온 러시아인들이 음식을 빨리 달라고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6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요리와 미디어의 불편한 동거'

-요즘엔 요리만 잘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의 레이먼 킴이 있기까지 미디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70%가 미디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요리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실력을 더 쌓고 연구도 많이 해서 방송에서 쌓인 거품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식은 입소문이라고 하지만, 입소문 나기까지 버티는 게 만만찮다. 그래서 미디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업계가 미디어에 편승해 왔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미디어와 같은 눈높이에 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라는 거다. 방송이 매운 음식에 치즈를 얹은 요리를 띄워주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먹는다. 근데 이게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다. 몸에 좋을 리 없다. 한우 1++ 등급은 근육지방 함유가 높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 근데 업계에선 아무도 말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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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누구랑 먹을까? '인생을 담을 그릇을 만나다'

-천생 배필인 배우 김지우씨도 요리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나는 혼자 살아야 더 멋지게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게 여권이며 옷가지들을 챙겨놓은 가방을 항상 준비해 둘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그런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2012년 아내를 만났고, 그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형제들과 놀러 갔다가 3m 50cm 절벽에서 떨어져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지금도 뼈 대신 쇠가 박혀있다. 당시 아내가 보여준 정성이 대단했다. 아버지 상을 치를 때, 내가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를 위로하고 아끼는 마음에 감동했다. 그리고 결혼을 결심했다. 내년 1월엔 아버지가 된다. 내가 자식을 낳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아버지가 된다고 하니 정말 설레고 행복하다. 내 인생을 곰탕에 비유하자면 지금 딱 반 정도 끓였다. 아직 간도 안 했고, 파도 썰어 넣어야 한다. 진국으로 거듭날 나머지 반은 가족들과 함께 완성해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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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레이먼 킴의 ‘통삼겹 스테이크’ 요리법

통삼겹 스테이크

(재료) 통삽겹살 200g, 구운 천일염 2큰 술, 후추, 올리브 오일

1- 오븐을 220도에 맞춰 놓는다

2- 삼겹살 껍질에 얇게 빗살무늬 칼집을 낸다.

3- 2의 삼겹살 껍질 쪽에 끓는 물을 부어준다. (tip 껍질이 바삭해진다)

4-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고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려서 마사지를 한 후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프라이팬을 이용해 삼겹살 겉만 노릇하게 익힌다.

5- 오븐 렉에 올려놓고 30분간 익힌다.

소스

(재료) 올리브 오일, 바질, 파슬리, 민트 약간, 마늘 1개, 화이트 와인 식초 1큰 술, 케이퍼 2큰 술, 디종 머스터드 1 작은 술

- 위 재료를 모두 넣고 믹서에 곱게 간다

(tip 삽겹살과 렌틸에 소금 간을 하기 때문에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렌틸

(재료) 샬롯 1개, 마늘 1개, 렌틸 콩이 잠길 만큼의 치킨 스톡, 레드와인 식초 1큰 술, 렌틸 콩 200G, 소금, 후추, 버터 반 큰술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샬롯과 으깬 마늘을 넣어 잘 볶다가 타임을 넣어 향을 낸다. (tip 샬롯 대용으로 양파를 사용해도 좋다. 마늘은 편으로 썰었을 때 가운데 씨 부분을 제거해야 마늘 특유의 나쁜 향이 없어진다)

2- 통조림 렌틸을 물에 씻어서 말린 후 1에 넣고 잘 섞다가 레드와인 식초를 넣고 볶은 다음 치킨 스톡을 넣어서 졸여 준다.

3-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버터를 약간 넣어 약한 불에 데운다.

하루에 3시간 밖에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도 솔직한 인터뷰에 응해주신 레이먼 킴에게 감사드립니다.

기획ㆍ글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윤은정기자 yoon@hk.co.kr

사진 김주영기자 will@hk.co.kr

속기 박혜리 인턴기자(경희대 사회학과4) 이영은 인턴기자(성신여대 법학과4)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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