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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vs 무상급식 대치전선… 보혁 '어젠다 사수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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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vs 무상급식 대치전선… 보혁 '어젠다 사수戰' 양상

입력
2014.11.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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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질 떨어지고 시설 보수 등 부족" 새누리, 무상급식 무력화 시도

"편법으로 무상보육 지방에 떠넘겨" 새정치, 예산 증액 요구 방침

교육재정 확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책임지라는 내용이 적힌 풍선을 들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교육재정 확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책임지라는 내용이 적힌 풍선을 들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누리과정(3∼5세 아동보육비 지원사업)과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둘러싼 이른바 ‘무상복지’ 논란이 보수ㆍ진보 진영 간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견 무상복지 추진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간 재원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한정된 예산 속에서 보수ㆍ진보 진영이 각자 선점한 어젠다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의 성격도 담겨 있다. 정부ㆍ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위해 시ㆍ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에 칼날을 겨누고 있는 반면, 야권과 진보 교육감 측은 무상보육 재원을 시ㆍ도교육청에 떠넘긴 것은 자신들의 어젠다인 무상급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맞서고 있다.

● 정부ㆍ여당, 무상급식 예산을 무상보육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갈등의 원인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세수가 부족해 재정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라며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시ㆍ도교육청이)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을 편성했지만 오히려 급식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 안전을 위한 시설보수와 교육기자재 비용은 부족해 교육의 질이 하락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무상급식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는 시ㆍ도교육청이 예산이 없다면서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거부하는 데 대해 교육청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 답변을 통해 “일부 교육청이 재량지출 항목인 무상급식 예산은 편성하면서도 법령상 의무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량지출 항목인 무상급식 보다 무상보육이 우선이란 얘기다.

여기엔 각 시ㆍ도교육청이 예산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예산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여권의 불신도 깔려 있다. 내국세의 20.27%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세수 부족으로 내년에는 일시적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2011년 35조 2,000여억원에서 2014년 40조8,000여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온 반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김 대표는 “작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이월ㆍ불용액이 무려 4조로 중앙정부의 3배에 달한다”며 “아주 방만한 재정 관리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각 시도교육청의 무상급식 등 실태조사를 벌여 교육재정 구조 재점검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야당ㆍ진보 측 “무상급식은 사회적 합의 사안”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과 진보교육감 측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시행 중인 무상급식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선별적 복지로 되돌리려는 의도가 개입됐다고 보고 있다.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무상급식은 이미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직을 걸고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누리과정은 정부ㆍ여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무상보육(누리과정) 재원 방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편성하도록 한 것도 편법이란 주장이다. 정부가 2012년 무상보육 제도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위법은 손 대지 않은 채 시행령 개정으로 시도교육청에 예산 부담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무상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정부 예산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무상보육 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세수가 기대 만큼 늘지 않으면서 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이 증폭된 측면이 크다. 정부 예산이 대폭 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복지 재원을 둘러싸고 정부, 지자체, 교육청간 갈등이 분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산 압박 속에서 일단 자기 의제 지키기 양상을 보이는 지금의 갈등이 결국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보수 진보간 이념적 대립으로 번질 소지도 다분하다. 이번에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경기와 경남 등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진보 교육감이 맞물린 곳이다. 특히 홍준표 경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는 새누리당에서도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차기 행보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어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진영간 복지 관점의 전면적 대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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