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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딜레마

입력
2014.11.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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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죽자 주인에게 삶아 먹힐 처지가 된 사냥개 신세란 게 지금 공무원들 피해의식이다. 원망 대상은 야박한 국가다. 개발독재 시절 노후 보장을 미끼로 꾀어 실컷 부려 먹더니 세월호 참사와 재정 고갈로 정권이 궁지에 몰리자 관료를 희생양 삼으려는 의도 아니냔 거다. 그렇다고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저출산, 수명 연장 탓에 축소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누가 추진하느냐다. 공무원이란 거대 집단의 이해관계를 정당들이 외면하긴 어렵다. 결국 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단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지난 9월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하려다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 행사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정부ㆍ여당을 규탄하며 항의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토끼가 죽자 주인에게 삶아 먹힐 처지가 된 사냥개 신세란 게 지금 공무원들 피해의식이다. 원망 대상은 야박한 국가다. 개발독재 시절 노후 보장을 미끼로 꾀어 실컷 부려 먹더니 세월호 참사와 재정 고갈로 정권이 궁지에 몰리자 관료를 희생양 삼으려는 의도 아니냔 거다. 그렇다고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저출산, 수명 연장 탓에 축소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누가 추진하느냐다. 공무원이란 거대 집단의 이해관계를 정당들이 외면하긴 어렵다. 결국 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단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지난 9월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하려다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 행사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정부ㆍ여당을 규탄하며 항의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개혁은 당위다. 고통은 분담돼야 한다. 하지만 회유가 필요하다. 공무원에겐 토사구팽이다. 실컷 부리더니 관피아 매도다. 연금은 보루다. 양보를 받으려면 정권을 내놔야 할 수 있다.

“공무원은 마피아의 친척뻘쯤 되는 관피아가 됐다. 대통령이 그렇게 호칭했다. 거기에다 빚을 안겨주는 재정적자의 주범이다. 1000조원 빚 가계에 향후 10년간 50조원을 더 얹는 주역이 공무원연금이라고 했다. (…) 1960년대 초 공무, 국방, 교육을 국가 운영의 기본 축으로 설정하면서 군사정부가 도입한 게 직역연금이다. (…) 세 직업군이 상대적 박봉을 견뎌온 원천은 국가에 헌신한다는 자긍심, 고용안정성, 그리고 후한 연금이었다. (…) 국가 주도 경제성장이 성공한 배경에는 관료들의 높은 헌신도와 열정이 놓여 있다. 민간 부문이 눈부시게 성장할 때 공무원들의 처우는 관심 밖이었다. 민간 부문이 잠재성장력을 소진하자 이제 공무원들의 안정적 고용환경과 높은 연금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 관피아들이 연금마저 높다? 공무원 수난시대의 사회정서다. (…) 어떤 연금이라도 제도 설계의 초기 조건이 소멸되면 수정해야 한다. 납세자원을 반감시킨 저출산과 퇴직자의 기대수명 연장으로 연금 삭감은 불가피해졌다. (…) 급여액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수용해야 한다. 20년 이상 납부하면 국민연금은 평균 84만원, 공무원은 229만원을 받는다. 평등주의에 유독 예민한 한국 사회가 이걸 짚지 않을 리 없다. 그렇지만 국민연금과는 역사, 출발점, 기본 가정이 다르고 기여분이 달랐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역사는 54년, 박봉의 7%를 보험료로 냈다. 퇴직금도 푼돈 수준이다. (…) 보수는 현재 민간 평균임금의 85% 수준이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외환위기 같은 중대 시기에 공무원연금을 공적 자금으로 투여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떼인 돈도 적지 않다. (…) 국가 헌신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온 공무원에게 양보를 요구하려면 솔선수범할 대의명분을 줘야 한다. 연금을 깎으면 후손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가? 사익이 판치는 나라에서 공익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가? (…) 고용안정과 연금은 우수 인력을 끌어당기는 유인제였다. 그 우수한 인적자본이 우리의 성장에 투여됐다. 더러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지기는 했어도 공무원의 자기관리를 촉발하는 긴장요인이 연금이었다. 징계 기록이 있으면 연금에 불이익이 가해지는 내부 규율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국민연금과 같아지면 충성(loyalty)보다 이탈(exit) 유혹이 커지고, 한탕주의 욕망이 슬슬 자라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유례없는 이 ‘성공의 위기’를 딸이 수습해야 할 길목에 공무원연금이 놓여 있다.”

-공무원 수난시대(중앙일보 기명 칼럼ㆍ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 전문 보기

“공무원연금은 왜 중병 환자가 됐을까. 공무원연금은 자유당 정권 시절이던 1955년에 입안됐고, 1960년 1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저부담 저급여’로 출발했다. 소득의 2.3%를 내서 20년을 가입하면 60세부터 소득의 50%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공무원연금은 ‘저부담 고급여’ 길로 무한질주했다. 받는 돈은 소득의 50%에서 60%, 70%, 76%로 계속 늘렸다. 받는 돈을 늘리면 내는 돈도 높여야 수지 균형이 맞게 된다. 하지만 내는 돈은 1970년부터 25년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그 결과는 1993년에 첫 적자로 나타났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거꾸로 갔다. 소득의 3%를 내면 60세에 공무원연금처럼 소득의 70%를 받도록 했다. ‘저부담 고급여’였다. 하지만 재정 고갈 연도가 2031년으로 예상되자 10년 만에 받는 돈을 60%로 줄여 2047년으로 늦췄다. 그리고 다시 소득의 40%로 줄여 2060년으로 재정 고갈 시기를 연장했다. 받는 돈을 무려 30%포인트나 줄여 ‘저부담 저급여’로 간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더 큰 문제는 1962년 연금법 개정을 하면서 연금 타는 나이(60세) 조항을 없애고 20년만 가입하면 주도록 한 것이다. 40~50대의 젊은 은퇴자 연금제로 바꾼 것이다. (…) 이들은 조기 퇴직했어도 후한 연금을 오래 받기 때문에 평생 소득으로 따지면 더 큰 이득이 기다린다. 더욱이 민간기업에 들어가 국민연금까지 2개의 연금을 챙기게 된 이들도 많다. 연금은 통상 20년 받는 걸로 설계하는데 우리는 너무 관대한 조기 퇴직 연금을 만든 셈이다. (…) 지금도 공무원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은 56세부터 탄다. (…) 선진국들은 고령화시대에 은퇴 연령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춰 영국은 67세에 연금을 타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56세부터 기대여명(83세)까지 27년간이나 탈 수 있으니 연금 재정이 버텨낼 여력이 있을까. 연금 수령 연령을 정년(60세)에 맞추고, 그 이전에 타면 6~30% 감액된 조기연금을 받도록 바꿔야 한다.”

-‘젊은 은퇴자’ 量産하는 공무원연금(조선일보 ‘전문기자 칼럼’ㆍ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전문 보기

사고인지 과실인지 의사는 안다. 숨길 뿐이다. 늘 죽음을 곁에 둔 이들에게 분쟁은 귀찮다. 침묵으로 망자와 연대한다. 소송으론 깨기 힘든 카르텔이다. 산 쪽이 입을 열게 해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것을 흔히 ‘의료사고’라 부른다. 의료 전문가의 잘못이 명백하면 ‘의료과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1만7000여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할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의료사고의 55%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X레이 사진의 주인이 바뀌거나 판독을 잘못해 엉뚱한 수술을 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 최근에는 프로포폴에 의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 가수 신해철의 사인이 결국 의료과실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장협착 수술을 맡은 병원 측이 의료과정에서 과실을 범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인들은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들도 사건 수임을 꺼릴 정도다. ‘소셜테이너’ 신해철의 죽음이 의료사고에 대한 예방책 마련과 제도 시행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신해철 의료사고(경향신문 ‘여적’ㆍ김석종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의사들은 섣불리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분쟁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까 봐 사과나 과오 인정에 인색하다. (…) 의료진은 실수가 있었을 경우에는 자신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이 미흡했는지를 대개는 안다. 이럴 때 빨리 상황을 인정하고, 진정한 위로를 표시하고, 그다음 후속 조치를 적절히 취하면 환자 상태가 회복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줄일 수 있다. (…) 하지만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심정으로 잠자코 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 (…) 의료 분쟁이 났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의사의 침묵이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을 담당 의사가 책임을 면할 궁리만 한다면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 미국에서는 의료 분쟁 시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 측에 사과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을 인정한 법적 증거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운영한다. (…) 과오를 조기에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하면 법적 책임을 감면해 주기도 한다. 이 법안의 근본 목적은 어떤 상황에서건 환자를 보호하고, 감정싸움으로 불필요한 의료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줄이자는 데 있다. (…) 같은 맥락에서 선진국 병원은 의료진이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도 운용한다. 이를 과오 방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정보 제공으로 받아들인다. 의료인이 일부러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의도하지 않게 나오는 실수나 과오가 빈발하거나 반복되지 않게 촘촘한 방어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어디서 어떤 실수가 자주 나오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환자에게 약을 잘못 줬을 뻔했던 경우, 검사물이 바뀔 뻔했던 상황 등 실제 일어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 보고하도록 하고, 그 실토를 나무라지 않는다. 미국 연방법 또한 이렇게 취합된 사례 통계나 자료는 의료소송의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 궁극적으로 이런 법안들은 의료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가수 신해철의 죽음이 의료 사고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의사의 沈默(침묵)이 의료분쟁을 키운다(조선일보 ‘김철중의 생로병사’ㆍ의학전문기자(의사))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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