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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 협의 거부로 꼬여만 가는 자사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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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 협의 거부로 꼬여만 가는 자사고 사태

입력
2014.10.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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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에 대해 지정취소 조치를 내렸다. 시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가운데 자격이 미달된 8개교에 대해 심사한 결과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학생을 선발키로 한 2개교는 지정을 유예하고, 이를 거부한 6개교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은 소송 방침을 밝혔고 교육부도 시정명령과 취소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맞서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기관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자사고 문제를 교육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게 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교육 당국의 무능함과 안이한 행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시교육청이 지난 9월 자사고 재평가에서 기준에 미달한 8개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는 취소협의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평가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자사고 지정과 취소 권한은 전적으로 교육감에게 있고 교육부 장관은 협의만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법에 규정된 협의절차를 거부해놓고 교육부장관이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이다. 법을 무시하는 막무가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나아가 시ㆍ도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할 경우 교육부장관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는 무리수를 뒀다.

자사고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인 교육과정 다양화는 국ㆍ영ㆍ수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대체됐다. 일반고의 세 배에 달하는 연간 600만원을 넘는 등록금은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었다. 과학고ㆍ외고에 이어 자사고가 생기면서 고교서열화가 심화하고 공교육의 기반이 붕괴됐다. 자사고 정책이 실패로 판명된 만큼 이제라도 바로잡는 게 순리다.

하지만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 현실을 방기할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듯 하는 엇박자 정책의 책임을 교육수요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법에 맞게 교육자치의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법에 정해진 대로 서울시교육청과 당당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 시ㆍ도교육감에 부여된 권한을 빼앗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갈등과 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 때 온갖 장밋빛 약속을 하며 자사고 정책을 도입해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는 지금의 사태에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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