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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다르다...'꿈의 직장' 국제기구 취업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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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다르다...'꿈의 직장' 국제기구 취업 열기

입력
2014.10.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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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급 연봉이 1억원대 수준 年25일 휴가 등 복지도 최상급

유창한 영어 필수·제2외국어도 요구

깐깐한 조건에 바늘구멍 불구... 한국인 진출·지원 해마다 늘어

성과 평가는 엄격...연줄 채용도

중학교 시절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최모(22)씨는 2011년부터 국제기구 취업을 준비 중이다. 최씨는 “‘글로벌 밸류’(국제적 가치)를 위해 일하고 싶어 국제기구를 택했다”며 “높은 봉급이나 자녀 교육비 지원 등 국제기구의 복지수준은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근무 여건도 자유롭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업무 환경이나 복리후생 수준이 웬만한 국내 직장보다 월등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제기구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취재 결과, 실제로 국제기구 취업 시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은 ‘꿈의 직장’이라 불릴 만했다.

29일 국제기구 근무 경험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이코노미스트(중앙 정부부처 사무관 역할)는 연봉이 10만~15만 달러, 시니어 이코노미스트(서기관 역할)는 15만~20만 달러, 그 이상 고위직은 20만~40만 달러 수준이다. 초임 계약직 직원의 연봉은 4만~8만 달러 정도로 전해졌다. 체류비 및 거주비 명목으로 매월 5,000달러 안팎을 받기도 한다. 특히 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실제 급여 수준은 이보다 1.3~1.5배에 달한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5~10년 이상 근무하면 평생 연금에, 글로벌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IMF나 세계은행(WB) 등 경제 관련 기구는 일반 국제기구에 비해 연금 수령액은 다소 적은 대신 연봉이 더 높은 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제기구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복리후생이 뛰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 환경도 국내 직장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다. 한 국제기구 관계자는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한국에서보다 훨씬 잘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성적인 초과근무가 없고, 휴가도 초임 때부터 연간 25일 이상 눈치보지 않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끔 동료들끼리 기념일에 파티를 열기도 하지만 국내의 폭탄주 회식과는 비할 바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국내 중앙부처 과장급(3, 4급) 공무원이 국제기구로 파견을 나갔다가 원래 직장에 사표를 내고 국제기구에 재취업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다만 매년 한차례씩 하는 성과 평가는 상당히 엄격하다. 이 관계자는 “야근 안 한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지만 실적을 내기 위해 알아서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 적지 않다. 실적이 나쁘면 임금이 깎인다”고 전했다. 직속 상관이 채용부터 해고까지 부하직원에 대해 막강한 인사 권한을 가지고 있어 줄서기 등 ‘사내 정치’가 한국 못지 않은 분위기라고도 경험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제기구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어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연금 혜택 등 직원 복지도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나빠진 편이다.

국제기구는 대우가 좋은 만큼 취업 문도 좁다. 유창한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제2외국어 구사능력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미주개발은행(IDB)은 스페인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프랑스어 구사 능력이 필수다. 또 국제기구 대부분이 석사 이상 학위를 요구한다.

국제기구는 드물게 있는 공채 기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턴 과정을 거치거나 다른 직장에서 경력을 쌓은 뒤 경력직으로 취업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국제기구 근무 경험자는 “국제기구와 사업 파트너로 있는 집안 자제의 채용 우대와 같은 ‘연줄’에 의한 채용이 많다.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을 공공연하게 선호하는 등 학벌도 중시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다만 정보통신(IT) 등 유망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채용 수요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비좁은 문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한국인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외교부에 따르면 45개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 수는 2000년에는 19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80명으로 2.5배 가량 늘어났다. 엄격한 자격 요건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에 도전하려는 이들도 많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에는 해마다 3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린다.

정부도 매우 적극적이다. 내달 10, 11일 이화여대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기획재정부 유수영 국제기구과장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정보 부족 때문에 국제기구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제기구에서 한국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제기구 진출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박나연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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