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김성근 감독의 행선지는 결국 꼴찌팀 한화였다.
'내부승진설'이 설득력을 얻었으나,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여 '야신'을 품었다. '보살님(한화팬)'들이 '회장님'을 닥달했고, 결국 '회장님'은 '신'의 마음을 잡았다.
김성근 감독의 연봉은 계약금 5억원과 3년간 연봉(각 5억원)을 합해 20억원. 이번 계약으로 75세까지는 정년이 보장된 셈이다. 이 '정년'을 채우면 최고령 프로팀 감독으로 기록됐던 김응룡(73) 전 한화 감독의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김성근 감독의 '취업 이력'은 화려하다. 재일동포 투수 출신으로 혈혈단신 한국에 짐을 푼 그는 '주류'로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고교 야구부 감독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부상으로 때이른 은퇴를 하게 된 그는 27세의 나이에 마산상고의 감독을 맡았다. 학연도 지연도 없었기에 오로지 '성과'로 승부하며 충암고, 신일고 등 야구 명문 고등학교와 실업팀 기업은행 감독까지 지냈다.
프로 감독 데뷔는 1984년이었다. 두산의 사령탑을 맡아 프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태평양(1989~90년), 삼성(1991~92년), 쌍방울(1996~99년), LG(2002년), SK(2007~11년)를 거치며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고강도 훈련으로 태평양과 쌍방울 등 약체를 강팀으로 환골탈태시켰고, LG 감독이던 2002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면서 지금의 '야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당시 삼성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김응룡 감독이 김성근 감독을 지칭하며 "'야구의 신'인줄 알았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SK 재임 시절에는 5시즌 사이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판을 잠시 떠나서도 '성과 행진'은 계속됐다. 이번엔 더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재기의 꿈을 가진 선수들을 지도했고, '신의 손'을 거친 27명의 선수가 간절했던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
한화에게 절실한 건 체질 개선이다. 27일 한화는 수석코치 자리에 고양원더스 출신 김광수 코치를 임명하는 등 '김성근 사단' 꾸리기에 나서며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김성근 감독의 '황혼 재취업'이 또 한 번 '기적의 성과'를 일궈낼 지 주목된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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