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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체육대회는 ‘명랑 운동회’ 방향으로 추진해주세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재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실ㆍ국간 경쟁을 지양해 직원간 화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며 이같이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 체육대회가 얼마나 치열했길래 최 부총리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이런 언급을 하고, 언론에 공표까지 한 걸까요?

기재부 체육대회는 직원 수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세제실(세금 정책)과 예산실(중앙정부 예산 편성)이 각각 한 팀을 이루고 경제정책국, 국제금융정책국, 공공정책국 등 실(室)보다 작은 국(局) 단위는 두 셋씩 짝을 지어 진행됩니다.

전통의 강자는 세제실. 세제실은 옛 재무부 소속답게 특히 축구나 줄다리기 등 거칠고 힘 쓰는 종목에 두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1984년 통합 전 기재부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재무부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축구나 줄다리기 등 거친 스포츠를 즐긴 반면, 경제기획원은 좀 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서 배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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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제실은 특유의 터프함과 단합으로 지난해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금까지 기재부 체육대회를 휩쓸었습니다. 승부욕도 강해 국세청과 인사 교류를 할 때도 ‘축구실력을 위주로 직원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한 공무원은 “축구에서 진 날은 세제실 분위기가 말도 못하게 싸늘하다”고 전했습니다.

규모 면에선 결코 세제실에 밀리지 않는 예산실은 체육대회에서만은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답니다. 평소 세입(세제실)과 세출(예산실)이라는 상호 견제가 필요한 업무 특성상 세제실과 라이벌 격인데도 말이죠. 경제기획원이 친정인 예산실은 세제실만큼 축구 애호가가 많지 않은 데다 몇 달간 야근에 시달려야 하는 예산 편성이 끝나는 시점이 체육대회와 맞물려 체력 부담이 큰 탓이라고 하네요. 세제실의 이런 ‘독주’에 다른 실ㆍ국이 체육대회 날 명랑함을 잃을 법도 합니다.

‘명랑 운동회’는 뭘까요? 담당 공무원은 “운동경기 일변도의 체육대회에서 탈피해 OX퀴즈, 5인6각,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세제실의 축구 애호가들을 배려해서인지 “축구 경기만은 남겨두겠다”고 하네요.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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