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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잠잠하니 政피아… 금융공기업에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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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잠잠하니 政피아… 금융공기업에 낙하산

입력
2014.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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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전혀 없는 정계 인사들, 사외이사·감사 등 선임 줄이어

금융공기업 등 34곳 임원의 42%

올 초 선임된 박대해 기술신용보증기금 감사는 18대 국회의원(새누리당) 출신. 9월 수출입은행 감사로 낙점된 공명재 계명대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앞서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에 선임된 권영상 변호사 역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치인 출신이고,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도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ㆍ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올 들어 선임된 이들 금융공기업 감사들의 공통점은 2가지. 여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피아(정치인 출신)라는 점, 그리고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혀 없는 금융 문외한이라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출신) 배제 분위기가 확산된 이후 금융회사나 금융공기업 임원 자리를 정피아들이 속속 꿰차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금융 전문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관피아보다 훨씬 심각한 낙하산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및 이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 34곳의 전체 임원 268명 중 112명이 관피아, 정피아, 연피아(연구원 출신) 인사였다. 특히 이중 정피아가 48명으로 42%에 달했다.

금융공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범 금융공기업의 경우 더 심각하다. 우리은행은 최근 친박캠프에서 활동한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위원으로 깜짝 발탁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경남은행에는 박판도 한나라당 전 경남도의회 의원이 상임감사로 있고, 박원구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민생경제위원과 권영준 전 한나라당 경남선거대책위원회장, 김종부 전 창원부시장 등 3명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의 감사는 새누리당 논산ㆍ계룡ㆍ금산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내고 2012년 총선에 출마한 이창원씨다. IBK캐피탈은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있었던 양종오씨를 감사로 선임했고,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이사 출신이다. 일부 금융 이력이 있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치권에서 오래 몸담은 인사들이다.

정피아들은 주로 감사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모두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인데, 금융 문외한의 경우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업무이해도나 관련분야를 모르다 보니 업무 보고시간이 훨씬 길어졌다”며 “임원회의 때 자잘한 문제로 꼬투리를 잡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아예 내부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고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신문을 보거나 개인약속으로 업무시간을 때우는 정피아 감사들이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관료나 정치인 출신을 선호해왔다”며 “잘못된 관치금융을 바꾸지 않는 한 낙하산 인사 문제는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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