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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 단죄한 檢 수사… 靑 책임·숱한 의혹 규명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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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 단죄한 檢 수사… 靑 책임·숱한 의혹 규명 숙제로

입력
2014.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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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이르면 내달 초부터 활동, 1년간 조사 뒤 미진 땐 6개월 추가

대통령 7시간 행적·유병언 로비 등 부실대응·적폐 집중적 파헤쳐야

세월호 참사 6개월을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아직 바다 속에 있는 실종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오른쪽)씨가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도=김주성기자 poem@hk.co.kr
세월호 참사 6개월을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아직 바다 속에 있는 실종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오른쪽)씨가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도=김주성기자 poem@hk.co.kr

세월호 침몰 참사 후 6개월 동안 검찰과 감사원 등은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는지 진상을 파헤쳐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데에 그쳤고 국민이 품은 의혹을 다 해소시켜 주지 못했다. 304명이나 벌건 대낮에 눈앞에서 허망하게 죽어간 사이 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과연 정상 작동했는지, 이 같은 참사를 초래한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는 무엇인지 등 근본적인 진상규명은 결국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에게 넘겨졌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일이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야 합의대로 10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안이 제정된다면, 진상조사위는 위원회 구성 후 11월 초부터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1년간의 진상 조사를 한 뒤,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6개월의 추가 조사를 하게 된다.

진상조사위의 과제 중 최대 현안은 ‘희생자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그 시간에, 청와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로 대변되는 국가적 책임 여부를 따지는 일이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재난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 아니라 안전행정부”라며 책임 회피에 바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었는지, 구조와 관련한 지시를 내린 사실은 있는지 등 의문이 일었고, 급기야 ‘7시간 행적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청와대는 “경내에서 서면ㆍ유선보고를 21회에 걸쳐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청와대 어느 곳에서 보고를 받았는지, 참모들과 긴급 회의를 열었는지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잠수부조차 선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세월호 주변만을 맴돌던 오후 5시, 박 대통령은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가 힘이 드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ㆍ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도 진상조사위, 특검을 통해 좀더 살펴봐야 할 주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골프채 50억원어치를 유력 인사들에게 뿌렸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골프채 구입비용은 3,000만원에 불과했고 로비에 활용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불법적인 특혜나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유 전 회장 비호세력이 있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이밖에 검찰 수사에서 미진했던 사고 원인과 부실 구조 역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고 원인으로 ▦선사 측의 무리한 증톤(톤수 늘리기) ▦최대 화물 적재량의 2배에 이르는 과적 ▦평형수 미달과 고정결박 불량 ▦조타수의 조타 미숙에 따른 급변침 등을 꼽았다. 그러나 급변침이 단지 조타수의 과실에 따른 것인지, 고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선체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고, 법정에서도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당국의 초기 대응과 관련, 검찰은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으면서도 승객 탈출을 유도하지 않는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해경 123정장 김모 경위 1명만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경 고위층은 모조리 빠졌다. 304명의 승객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데도 제대로 된 노력 없이 사실상 방치해 버린 국가의 무능은 고작 해경 경위 1명한테 덮어씌워졌다. 구조업무를 지휘했던 다른 고위층은 “현장 상황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또 민간업체 언딘과의 유착관계도 명쾌히 규명되지 않았다.

특검은 수사권과 기소권 등 강제력이 없는 진상조사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지만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사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들은 대부분 다 마무리가 됐다. 특검 수사는 새로운 ‘팩트’ 발견보다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와 법리검토를 거쳐 공범들에 대한 추가 기소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회의 박주민 변호사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흡족해할 만한 무색무취한 인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인사가 특검에 임명될 경우 검찰이 미처 밝히지 못한 많은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 3개월의 수사기간이 주어지고 2회까지 선임 가능한 특검은 활동기간이 짧은 만큼, 1차 진상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내년 이맘때쯤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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