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 이야기]

생태교란 동물로 지정된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매서 퇴치하자는 주장이 나와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기고한 글에서 비롯됐다. 그는 “뉴트리아 항문을 꿰맨 뒤 풀어주면 배변이 불가능한 데서 오는 정신적 공황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종을 잡아먹는 정신질환인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트리아는 1987년 식용과 모피를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됐지만 수익이 나지 않자 수입업체가 방사해버렸고,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난 뉴트리아가 수생식물을 마구 먹어 치워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2009년 생태교란 동물로 지정됐다. 항문 봉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아무리 개인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경우에는 언론사에서도 여과와 수정이 필요하고 소속기관에서도 기관의 신뢰도를 유념해 의견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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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뉴트리아 항문 봉합을 통한 퇴치가 개인의견에 불과한데도 마치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이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항문을 봉합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농가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도입이 필요하다거나 차라리 동물단체가 뉴트리아를 키우라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문 봉합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는 “초식동물인 뉴트리아가 항문이 봉합됐다고 해서 새끼를 먹어 치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며, 매우 비인간적이고 생태윤리에도 반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몽둥이로 때려잡든 항문을 봉합하든 잡기만 하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생물도 죽여도 된다는 논리가 퍼져 있는 점에 대해 이제는 반성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냈다.

설사 항문 봉합이 뉴트리아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안락사 등의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생태교란종이라는 이유로 이처럼 잔인한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뉴트리아 퇴치를 목적으로 서식지인 부산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포획단 운영 등을 시행하면서 가장 인도적인 퇴치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뉴트리아 포획 시에는 포획용 틀과 망 등을 이용해 인도적 방법으로 포획하고 골프채와 총기, 석궁, 활, 독극물 등을 사용해 포획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불가피하게 뉴트리아 개체 수를 조절한 적이 있지만 생포용 덫과 약물 등으로 즉사시키는 방법만 허가하고 있다.

개체 수 조절이 불가피하다면 뉴트리아를 방사한 우리의 책임을 먼저 인식하고,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생태파괴의 주범이 뉴트리아 한마리가 새벽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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