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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에게 치이고 다른 정부부처와 기 싸움 벌이는 데 지친 과장급 공무원에게 청와대 행정관 자리는 일종의 ‘로망’입니다. 하지만 행정관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업무 강도가 무자비한 것은 물론, 때를 잘못 만나면 이른바 ‘순장(殉葬)’ 당하기 십상이라는 으스스한 소문도 돕니다.

청와대 행정관은 보통 주 6일(토요일 휴무) 근무를 합니다.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10시. 조간 신문 스크랩 당번이 돌아오면 출근은 더 빨라집니다. 정권 마다 근무시간이 조금씩 다른데, 아침 잠이 없기로 유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엔 아침 회의가 1시간쯤 빨라 행정관들의 수면 부족이 심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침 회의 시간이 다소 늦어진 편.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주말에도 청와대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잦아 주말 근무 강도는 더 세다고 합니다.

정부부처에선 한 부서 수장인 과장급이 청와대 행정관이 되면 복사, 잔심부름 등 초임 사무관과 다를 바 없는 일을 해야 하는 현실도 피로도를 높입니다. 민정수석실이 눈을 번득이는 통에 어딜 가든 말조심 해야 하는 등 사생활도 제한됩니다. 숨 막힐 듯한 격무와 긴장감에 매일 시달리다가 금요일 밤이면 한 주의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해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술 자리를 하게 된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청와대 행정관 자리는 여전히 인기 있습니다. 청와대에 다녀오면 동기들보다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권력의 정점에서 국정 전반을 내려다보며 일하면서 정무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루는 정보도 고급인데다, 타 정부부처나 외부 기관을 대할 때도 청와대 명함이면 만사형통이니 권력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 자리는 순식간에 독배(毒杯)로 변하기도 합니다.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 행정관은 절대 하지 마라’는 관가의 금과옥조가 있는데요, 정권 말 청와대에서 일하면 ‘그 정권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어 다음 정권 내내 빛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권 말의 청와대 행정관을 빗대 ‘순장 조’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권 말 행정관을 지내고 고속 승진해 친정인 부처로 복귀한 몇몇 공무원들이 보직을 받지 못하고 동기들에게도 외면 당한 채 유령처럼 세종시를 떠돈다는 소문이 돌 정도입니다. 전례에 비춰 보면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 자리의 유통기한은 2016년 정도가 될 전망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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