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SNS)사람 인터뷰] (5) SNS시인 하상욱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소통의 큰 축이 된 지 오래죠. 남다른 안목과 친근한 매력으로 온라인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소셜 스타’를 한국일보닷컴에서 격주로 만나보세요. 정보와 삶이 녹아 있는 기획 인터뷰 ‘눈(SNS)사람’입니다. -편집자주-

# 프롤로그

2012년 출판계의 ‘루키’로 떠오른 남자가 있다. 작가 하상욱(33)이다. 그는 정식으로 등단하진 않았지만, 쉽사리 시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짧은 문장을 엮어 시집 ‘서울 시’ 시리즈 두 권을 발표했다. 그가 SNS에 썼던 글이 바탕이다.

평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집은 출간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최근 교보문고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시집들 가운데 총 판매 순위 4위가 ‘서울 시’였다. 이를 가리켜 하상욱은 “하, 루키”(일본의 대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빗댄 말)라고 표현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하상욱은 SNS세상의 거물이다. ‘트위터’에선 약 25만명의 팔로워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페이스북’에선 약 46만명이 그의 페이지를 좋아한다. 그가 짧은 글을 올리면 많은 이들이 리트윗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공유한다. 그래서 그는 SNS를 자신의 ‘일터’라고 말한다. 본인의 직업은 ‘생산적 잉여’라나.

하상욱은 재미있다. 프로필에는 ‘댄서’로 소개하고, 각종 인터뷰에선 본인을‘시팔이’라고 낮춰 부른다. ‘소셜멘토’ 로 학생들도 만난다. 최근엔 음원을 발표하고 ‘시잉여송라이터’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 남자,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 주변에서 그를 만났다.

하상욱은 자신의 시집 '서울 시'에서 '목차'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주영기자

# 1부 : 회사

회사는 가야지

먹고는 살아야지

- 회사는 가야지 中-

Q ‘회사는 가야지’와 ‘축의금’ 음원 두 곡을 발표했다. 생각보다 노래를 잘 불러 놀랐다.

A 노래 좀 하지 않나? 잘한다기 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싸이월드’ 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클럽의 시부야계 담당 ‘게시판지기’를 했다. 가요 대신 팝을 듣는 것이 있어 보이던 시절, 숨겨진 음악을 찾아서 소개해줬다. (하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책을 썼다고 하면 신기해하지, 노래를 불렀다고 하면 놀라지 않는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니까.

Q 노래가 ‘하상욱’답다.

A 내 노래를 갖고 싶어 작곡도 작사도 직접 했다. 내 글을 노래화한 거니까 장르도 내가 만들었다. ‘시팝’(시+POP)이라고. 좀 더 설명하자면 ‘시팔이’(시를 파는 사람)가 부르는 ‘시발라드’(시+발라드)랄까. (하상욱은 본인을 시인, 작가 보다는 ‘시팔이’라고 부른다) ‘회사는 가야지’는 맘 먹고 3일 만에 만든 노래다. 원래 뚝딱뚝딱 만드는 걸 잘한다. 일을 질질 끌면 망치는 타입이라서.

Q ‘회사는 가야지’라고 노래하면서, 정작 본인은 회사를 관뒀다. 왠지 사직서도 멋지게 썼을 것 같다.

A 그런 거 안 좋아한다. 난 먹고 사는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다만 시집도 팔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나 강연을 나가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으니 관둔 거다. 지금도 내 돈 들여서 음원을 냈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도전’이니까 해본 거다.

# 2부 : 출근

니 생각에

잠 못이뤄

-출근 中-

Q 작가가 되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

A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유통사에서 앱을 만드는 기획자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분야를 옮겨 일했다. (그는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들로부터 SNS글을 묶어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아 시집을 출간하고 스타작가가 됐다. 지난해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세한 사연을 볼 수 있다. ▶기사보기)

Q 직장생활은 잘 하는 편이었나.

A 내가 원래 조직생활에 적응을 잘 한다. ‘센스머신’(센스 있는 남자라는 하상욱식 표현)답게 눈치도 빠르고. 적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여서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냈다. 일이야 뭐 다들 프로니까. 그 중에서 난 일도 잘했고. (웃음)

Q 직장생활을 잘 하는 법을 공유한다면?

A 조직이 정한 룰을 잘 따른다. 가령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보조가 됐든, 주도자가 됐든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어디를 가도 자기 의견대로만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 그래도 상사와의 관계는 ‘위아래’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반기를 들 수 있다. 이건 붙임성으로 극복해야지. (하하)

하상욱은 이제 직장인이 아니다. SNS 시인으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출근 시간의 압박은 없어졌지만, 퇴근이 없다. 그는 매일 SNS로 출근한다. 김주영기자

# 3부: 일상

고민 하게 돼

우리 둘 사이

-축의금 中-

Q ‘축의금’시를 보고 무릎을 쳤다. 청첩장 받으면 ‘얼마 내야 하나’ 계산하는 내 모습을 들킨 기분이다.

A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다. 내 글은 분명‘웃기는 이야기’다. 하지만 숨겨진 주제는 ‘아픈 이야기’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글을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엔 ‘단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꺼낸 거고.

Q ‘이 글이 과연 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A 논란이 되는 게 좋다. 성공한 예술가 중에서 논란이 안 된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잘나고, 훌륭한 예술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비판을 받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만드는 건 욕심이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창작을 할 수 없다.

Q 본인은 진지하다고 얘기하지만,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웃기는 놈’이다.

A 내 웃음 코드가 마냥 가벼운 건 아니다. ‘서울시’에서 ‘목차’와 ‘작가소개’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이건 사실 출판계를 향한 나름의 비판이었다. 의례적인 프로필과 추천사를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항변 이었다. 두 사진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웃기는 놈’이 되긴 했지만, 내가 ‘웃기는 놈’인 것도 사실이니까.

하상욱은 SNS와 연애를 한다. 그래서 스스스럼이 'SNS폐인'이라 자청한다. 김주영기자

# 4부 : 연애

어려운 일도 아닌데

괜한 자존심 때문에

- 좋아요 中-

Q 성공의 연결고리에 SNS가 있었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폐인으로 살았다는데.

A 싸이월드 뿐이겠나. 하늘사랑(스카이러브)에서도 폐인이었지.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열지 못한 마음을 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직업도 웹디자인, 웹기획, 앱기획, 광고 마케터 등을 했으니까 내 일터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껏 ‘잉여’로 살고 있다.

Q SNS와 오래 만난 연인 느낌이다. 지금껏 말썽이 없다. 여자를 잘 다루는 남자의 느낌이랄까.

A 말은 참는 게 더 힘들다. 사실 한때는 ‘열혈 진보 트위터리언’이었다. 대표적인 진보트위터리언들의 글을 ‘추종’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누군가를 ‘비판’한다고 했던 말들이 사실은 ‘조롱’이더라. 싸움을 만들 생각으로 무조건 덤비고 있었던 거다. 그때부터 변한 것 같다.

Q 어떻게 변했나.

A 나는 말싸움에서 져본 기억이 없다. 연애를 하면서도 여자친구가 “한번만 이겨보고 싶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데 이제 말로 이기려 하지 않는다. 싸움을 위한 싸움에 매몰되면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거다. 특정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느 한 쪽도 서로의 입장에 공감해주지 않고 헐뜯기만 하는 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기분 나쁘지 않게 둥글게 얘기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게 내 전략이다.

Q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글을 몇 개 남겼다. 그 중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지고는 서로 경쟁하지 않았으면…”이란 트윗이 인상 깊었다.

A 타인의 얘기에 공감할 줄 아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 싸우기만 하면 헤어지지 않나. 한번 쯤은 상대방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때 공감하면 싸워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당시엔 양쪽 진영이 슬픔의 깊이를 서로 따져 묻느라 진을 빼고 있었다. 싸움을 위한 싸움에서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Q 어느 한 곳에만 발 담그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하는데, 비겁한 거 아닌가.

A 하긴, 회사 다닐 때도 주변인들이 ‘하상욱은 딱 욕 먹지 않을 정도로만 행동한다’고 얘기하더라. 학교 다닐 땐 진짜 모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좀 둥글게 살아야겠더라.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된 거지. 좋게 얘기하면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참고 있는 건 아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내 주장을 얘기한다. 싸움은 피하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하상욱은 인기 있는 남자다. 서울 중구 명동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선 그를 알아본 여성팬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김주영기자

# 5부 : 스타

혹시 저 아세요?

정말 모르세요?

-스타병 中-

Q 스스로 ‘인기에 집착한다’고 표현한 글을 봤다.

A 인기, 좋아한다. 갖고 싶다. 하지만 인기를 위해 모든 걸 던지지는 않는다. 만약 인기에 집착했다면 TV 예능프로에 출연해 입담을 늘어놓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거다. 하지만 만들어진 옷을 입고 짜여진 얘기를 하는 게 내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솔직히 출연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나와 어울리지 않더라. ‘하상욱표’창작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집착하는 걸로 봐달라.

Q 스타가 되면 자기관리도 필요한데.

A 일단 술을 끊었다. SNS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분들을 보니 술이 문제더라. 맥주 한두 캔씩 마시는 건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 한다. 교통법규도 철저하게 지키고. 내 스스로 지켜야 할 룰을 만든 거다. 아! 여자도 안 만난다.(하상욱은 ‘안 만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깊은 감정을 주고 받는 연애를 하고 싶은데, 내 겉모습만 보고 다가온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진 않다.

Q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거 아닌가? 자칭 ‘패션피플’인데.

A 맞다, 예쁘고 멋있는 게 좋다. 내 패션철학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약점이 없는 코디’다. 그런데 비싼 명품은 안 입는다. 오늘 입고 온 옷도 모두 한 SPA 브랜드 매장에서 샀다. 명품처럼 보였겠지만.(하하)

# 6부: 시작

정해진 이별

새로운 시작

-2년 약정-

Q. 학생들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자주하더라.

A. 직장을 관두려고 고민해보니 퇴직만큼 어려운 결심은 없더라. 안정적인 삶을 포기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포기하면 변한다. 미련과 욕심을 버리면 또 다른 행복이 있더라. 흔히 어른들은 도전만 가르치는데, 포기도 한 방법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

Q 월급쟁이와 프리랜서, 무엇이 더 좋은가.

A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 없다. 당연히 벌이는 지금이 더 좋다. 하지만 철저히 혼자다. 직장에선 ‘동료’라는 기둥 뒤에 숨을 수 있었다. 실수를 해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지금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을 한 후 느끼는 성취감이나 행복감은 오히려 더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Q ‘돈 되는 일’보다 ‘돈 안 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A 돈 되는 일도 많이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글의 창작성을 훼손하는 돈벌이는 절대 하지 않는다. 한때는 광고가 무척 많이 들어왔다. 내 글이 광고 카피로 쓰기에 좋지 않나. 그런데 한번 해보니 ‘아니다’라는 판단을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대중이 광고로 느끼게 되면 문제다.

Q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A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올해 책도 한 권 더 내고 음반도 CD로 나왔어야 했는데 둘 다 못했다. 그러면서 '하상욱'의 끝이 아닐까 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나는 '서울 시' 시집을 만든 게 아니라 '하상욱'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브랜드가 생긴 거랄까. 누구나 한번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러면서 유머는 잊지 않는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 그게 시든 노래든 또 다른 무엇이든. 불편한 주제를 유쾌하게 다룰거다. 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하하)

하상욱은 고민이 많은 남자다. 그는 "올해가 내 캐릭터의 끝이 아닐까 라는 고민도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