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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解明): 까닭이나 내용을 풀어서 밝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억울한 오해를 받았을 때 ‘사실은 이렇다’고 진상을 알리는 걸 ‘해명’이라고 합니다. 주로 스캔들에 휘말린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사용하는 말인데요. 요샌 정부부처들도 그에 못지 않게 해명에 열심입니다. 자기 부처에 대한 언론보도가 부정확하다며 홈페이지에 올리는 ‘보도 해명자료’가 많게는 하루에 십여 건씩 쏟아지니까요.

각 부처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최근 해명자료를 가장 많이 낸 부처는 기획재정부입니다. 올해 1월1일부터 현재까지 낸 해명자료만 무려 156건으로 2위 보건복지부(136건) 3위 국토교통부(109건) 4위 산업통상자원부(105건) 등을 여유 있게 따돌렸습니다. 기재부는 휴일을 제외하면 나흘에 세 번 꼴로 해명자료를 낸 셈입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뉴욕특파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 해명자료가 많은 첫 번째 이유는 부정확한 보도가 많기 때문일 겁니다. 특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확한 보도보다 빠른 보도에 방점을 찍는 요즘 언론 분위기 탓에 오보(誤報)나 추측성 보도가 늘었습니다. 특히 거시경제정책과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주요 부처인 기재부는 특종 경쟁도 더 치열한 편. 때문에 기재부 각 부서 과장급 이상은 조ㆍ석간 신문 스크랩을 챙겨보며 오보를 체크해 해명자료를 만드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해명자료가 관성화되면서 ‘까닭이나 내용을 풀어서 밝힌다’는 해명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기재부 해명자료는 짧고, 내용 없기로 유명합니다. 해명자료 80%이상은 ‘해당 보도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달랑 한 줄이 전부입니다. 한 공무원은 “해명자료를 빨리 내야 (다른 언론사 소속)기자들의 확인 전화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어 우선 내고 본다”고 털어놨습니다.

급한 불 끄기에 바빠 거짓 해명자료를 냈다가 기사 쓴 기자의 항의를 받는 일도 없지 않습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그런데요, 경제정책방향, 정부3.0,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관련 해명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또 민감한 사안은 국정원에서 해명자료 논조에 관여할 때도 적지 않다는 게 공무원들 전언입니다.

언론도 오보를 최소화해야겠지만, 해명자료를 직접 챙겨보는 국민도 적지 않은 만큼 이젠 정부부처들도 ‘해명 아닌 해명’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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