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 이야기]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의 한 장면.

2일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는 돼지에게 꼬리를 그려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1983년 식량생산을 위해 사육되는 농장동물의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날인데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떻게 다뤄지는가에 의해 판단된다’고 말한 마하트마 간디를 기념해 농장동물의 날을 간디의 생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오늘 행사는 농장동물에게 적정한 사육밀도와 사육환경을 보장해달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는 농장동물의 수는 약 700억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농장동물 대부분이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공장식으로 대량 사육되고 있는데요.

이런 공장식 사육시스템은 동물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어미돼지는 겨우 앉았다 일어났다만 할 수 있는 ‘스톨’이라는 감금틀에서 평생 새끼만 낳습니다. 새끼를 낳고 나면 20여일 만에 재임신을 위해 새끼와 강제로 떼어놓는다고 하고요. 공장식 농장 환경에서 돼지는 스트레스와 지루함으로 다른 돼지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새끼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마취도 하지 않고 이빨과 꼬리가 잘립니다.

달걀을 낳는 암탉의 사정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날개도 펼 수 없는 A4 절반 크기의 철장에 사육되고, 치킨을 위해 생산되는 육계는 태어난 지 35일만에 도축됩니다. 병아리가 성계가 되기 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치킨은 사실 왕병아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젖소는 지속적으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수송아지는 사료값이 비싸 육우로 크지도 못해 1만원대로 폭락하기도 했죠.

때문에 동물단체들은 이날 ‘조금 덜 먹고, 동물복지 축산물로 선택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일 세계농장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자유윤대는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알리고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돼지에게 꼬리를 그려주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실제 농장동물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유럽연합(EU)은 2012년 닭을 비좁은 데서 키우는 케이지 사육을 금지시켰고 2013년부터는 어미돼지의 스톨사육을 제한했습니다. 이외에 호주기업들은 2017년부터 스톨 사육을 폐지할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공장식 축산 감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복지 축산농장’인증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이 인증을 받은 달걀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는 올 5월 전남 해남에 동물복지인증 돼지농장 1호인 강산이야기가 탄생해 현대백화점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다소 비쌉니다.

하지만 축산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예전에 동물복지농장을 취재할 때 국립축산과학원 전중환 박사는 “동물복지인증 취지는 좋은 품질의 축산물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축산물을 얻는 과정에서 고통을 줄여주고 배려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습니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축산물의 품질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농장 동물들은 면역력이나 질병에 우수하고 이렇게 되면 항생제도 덜 쓰게 된다고 합니다. 또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란 달걀은 오메가 3가 많고, 돼지고기는 수용성 지방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다고도 합니다. 동물의 복지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축산방식이 조금씩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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