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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북항에서는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할 1,700톤급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23호’의 취항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엔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과 지역 국회의원 등 25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는데요. 길이 80m, 폭 13m의 준수한 외양에 시속 18노트(33㎞)의 기동성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 어업지도선이 탄생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를 불편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백령도ㆍ연평도 등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인데요. 중국어선을 막아 줄 국가지도선이 반가울 법도 하지만, 정작 이들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일은 자신들이 조업을 벌이는 연안 해역을 지켜줄 인천 옹진군 소속 어업지도선 5척의 노후화 해결 입니다. 실제 옹진군 소속 어업지도선의 평균 선령은 19.8년. 이 중 가장 오래된 ‘인천214호’는 무려 37년이 넘었습니다.

새로 건조된 무궁화23호를 이 지역에 투입하면 되지 않냐고요? 그건 사실상 어려운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불법어업 감시와 국내 어민 보호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어업지도선은 먼 바다 즉 EEZ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1,000톤급 전후의 ‘국가어업지도선’과 연안에서 벌어지는 불법어업에 집중하는 수백 톤급의 ‘지역어업지도선’ 두 가지로 나뉩니다. 따라서 서해 5도는 지역어업지도선, 그 중에서 옹진군의 예산으로 직접 운영하는 지도선이 담당하게 됩니다.

더구나 서해5도 어장은 북한 접경지역이어서 옹진군 어업지도선의 인솔하에만 바다로 나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노후화된 어업지도선의 고장이 잦을수록 어민들의 조업은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데요. 옹진군은 선박 교체를 위해 지난 수년 간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구해 왔지만 매번 돌아온 답은 정부가 지급한 교부세로 충당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다른 지출항목에 밀리며 미뤄지기 일쑤였습니다.

불안한 주민들은 말합니다. “오래된 어업지도선에 대한 교체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몇 년 안에 서해어장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요. 이는 동시에 주민들이 평생 닦아온 삶의 터전을 잃는 일이기도 합니다.

해수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 늘어난 4조6,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합니다. 또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서해5도 주민들을 위한 예산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몇 년 후 주민들이 바다를 떠났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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