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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이견에... 휴대폰 보조금 분리 공시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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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이견에... 휴대폰 보조금 분리 공시 무산되나

입력
2014.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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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제조사에 역차별, 경제 활성화도 저해 우려"

기재부, 단통법 시행 앞두고 제동

"불법 보조금 근절 위해선 꼭 필요", 공 들여온 미래부ㆍ방통위는 난감

내일 규제 개혁위 심사 주목

다음달 시행을 앞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정부 부처간 이견이란 암초를 만났다. 기획재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단통법의 핵심인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반대하고 나선 것.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통법에 공을 들여 온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는 시행 직전 기재부의 입장 변화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 분리공시제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각각 구분해서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를 구분해 공개해야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이통사 보조금만큼 요금 할인을 해줄 수 있다며 분리공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마케팅비용인 보조금을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드러난다며 반대해 왔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불법 보조금 근절을 통해 누구나 동등한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단통법 취지상 보조금 분리 공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불법 보조금을 막고,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상응하는 요금 할인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한 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 경제 살리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기재부는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애플을 비롯한 해외 제조사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국내 제조사들만 영업비밀을 노출하는 역차별을 받게 되며, 해외 이통사들 또한 국내와 동일한 보조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며 분리공시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영업비밀인 보조금이 공개되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워져 그만큼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이고, 결국 제조사들의 휴대폰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4일 예정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단통법 심사에서 기재부는 이런 우려를 내세워 보조금 분리공시제 시행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부처 관계자는 “원래 12일 예정이었던 규개위 심사가 24일로 갑자기 연기됐는데, 전반적으로 규개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며 “경제활성화 문제로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의 적절성 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만일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이 무산되면 단통법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만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급하는 휴대폰 보조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어 투명한 보조금 공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단통법의 핵심인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만큼 기존 가입자에게 요금 할인을 해주는 것도 어려워 진다.

그렇다고 이통사 보조금만 공개할 수도 없다. 단통법 취지대로 전체 보조금과 이통사 보조금을 공개하면 실질적으로 제조사 보조금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단통법을 추진해 온 미래부와 방통위는 기재부를 향해 반대 의사도 내놓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미래부는 지난 7월 이석준 전 기재부 2차관이 1차관으로 옮겨오면서 기재부 관련된 업무 처리가 긴밀해진 상황이라 더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만큼 규개위 심사에서 단통법의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관련 부처 관계자는 “단통법에서 분리 공시제를 제외하면 유명무실한 법이 될 것”이라며 “결국 예전처럼 마구잡이식 보조금이 다시 성행하며 정보에 빠른 일부 가입자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 가입자는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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