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모두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할 직원이라고 판결한 것은 불법파견 범위를 넓혀 온 추세를 반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하청업체 노동자)의 업무를 분리하는 식으로 불법파견을 피해가려는 기업들의 시도를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법원과는 반대로 정부는 법을 뜯어 고쳐서라도 파견 업종을 늘릴 기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조선업 등 현재 32개 업종에만 허용된 파견을 5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전 업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7월 28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입장에서는 열악한 일자리를 찾기보다 파견업체를 통해 장기계약 방식으로 취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올해 말 파견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고용부 방침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미 55세 이상 고령자 취업률은 15~29세 청년 취업률을 앞질렀다. 청년 취업률보다 상대적으로 올리기 쉬운 중고령자 취업률을 높여 실적 달성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일자리보다 낫다”는 이 장관의 발언도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견은 근로계약을 맺은 고용주(하청)와 업무를 지휘하는 사용주(원청)가 나뉘어 원청에게 고용 책임은 없고, 중간 업체가 임금 일부를 착취한다는 점에서 ‘가장 나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일컬어진다. 그래서 제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2006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위장된 고용관계를 척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법이 있어도 단속ㆍ처벌을 소홀히 하면서 갈등을 키워왔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후 정부가 할 수 있는 제재는 하지 않은 채, 검찰 고발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한다. 이 장관은 이미 차별시정제도라는 법적 보호장치가 있고 9월부터는 징벌적 보상제도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집행이 될지 의문스럽다. 이번 판결 후에도 고용부는 “소송에서 이긴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행정명령을 내릴 대상을 정하기 어렵다”며 ‘노사합의’를 방안으로 내놔 실소를 자아냈다.

한 노동 전문가는 “이 장관 말처럼 파견업체가 좋은 곳이라면, 갈 곳 없어진 관피아들부터 가면 되겠네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의 말처럼 파견이 그렇게 괜찮은 일자리라면, 10년에 걸친 현대차 사내하청 소송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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