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월가 IPO 사상 최대 규모… 경영진 욕심 버리고 저가에 상장

주가 수익률 35배는 부담… 텐센트·제이디닷컴과 경쟁도 치열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윈(가운데)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19일 주식시장 개장을 알리는 종을 치기 전 나무망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동부시간으로 19일 오전 9시.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오하이오 주립대 캠퍼스 전산센터에는 이 학교 2학년생 크리스 케이티야니스가 컴퓨터 단말기 앞에 매달려 있었다. 남들은 미적분 숙제를 하는 걸로 생각했지만, 700㎞ 동쪽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알리바바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공모가격(68달러) 보다 19%나 높은 81달러를 써낸 뒤 거래 성사를 확신했다. 그러나 최초 예상 거래대역이 90달러를 넘어선 걸 알고는, 부랴부랴 94.79달러로 높인 뒤에야 알리바바 주주가 될 수 있었다.

알리바바가 상장 첫날 수많은 신기록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자상거래 기업이 됐다. 대학생부터 전문 투자기관 등이 쏟아낸 매수 주문을 토대로 이날 오전 11시45분 공개된 첫 매매가격은 92.70달러. 장중 한때 100달러 직전까지 육박했으나, 경계심리가 나오면서 93.89달러로 마감했다.

상장 첫날 시장가격이 공모가 대비 25.89달러, 38.07%나 상승하면서 알리바바 시장 가치는 공모가로 환산했을 때보다 630억달러나 늘어난 2,314억달러(241조6,000억원)가 됐다. 이는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4,01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2년 상장한 페이스북(2,000억달러)보다 300억달러 이상 높은 것이다. 또 미국 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규모(220억달러) 신기록에 이어 첫날 대박 거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전자상거래 1,2위 업체(아마존닷컴ㆍ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비싼 기업이 됐다.

알리바바 최대 주주인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보유지분 가치도 79억달러(8조원)로 불어났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18억1,600만달러(1조9,000억원) 재산으로 중국의 억만장자가 됐다.

알리바바의 사상 최대 ‘대박 상장’

당일 첫 거래가 이뤄지는 기업의 대표가 나서는 전통에 따라 마 회장이 뉴욕 증시의 개장 종을 쳤을 때 가장 큰 함성이 터진 곳은 중국 항저우(杭州)였다. 뉴욕 증시 정문 모형이 세워진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수 천 여명 종업원은 진심에서 우러난 심정으로 축포를 쏘고 환호했다. 동네 구멍가게였던 알리바바가 15년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발생한 차익 가운데 약 7%(17조원)가 종업원 등 내부 이해관계자 몫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항저우 축하장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만난 토니 미아오라는 중국인은 “알리바바 계열사에 근무하는 아내가 2,000주를 배정 받은 덕분에 우리도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10년 가량 알리바바에서 일하다가 2년 전 퇴직한 뒤 커피숍을 운영하는 토요씨도 “종가 기준으로 93만8,000달러(9억6,000만원ㆍ1만주) 규모의 재산을 갖게 됐다”며 “불어난 재산 덕분에 푸른 바다가 바라 보이는 호주 시드니로의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WSJ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종업원들에게 대박 주식을 나눠 준 것뿐만 아니라, 상장을 앞두고 갑자기 불어난 재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별도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박 잔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상장 업무를 맡았던 미국의 5개 대형 투자은행이 각각 4,500만달러(450억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등 총 3억달러가 월가에 뿌려졌다. 특히 업무를 책임졌던 골드만삭스의 베니 애들러 상장업무 팀장은 거액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박 상장’의 원인과 한계

알리바바 주가가 예상을 깨고 첫 거래일에 38%나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마 회장 등 경영진이 욕심을 버리고 ‘저가 상장’에 동의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년전 페이스북이 상장 직후 주가 폭락으로 체면을 구긴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날 주가 급등으로 투자자들의 기대 역시 급등한 만큼 경영진의 부담도 훨씬 높아지게 됐다. 월가 전문가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35배까지 치솟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회사가 향후 몇 년간 매년 30~40%씩의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 회장과 경영진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거침없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13년 51%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2분기에는 43%까지 악화됐고, 텐센트와 제이디닷컴 등과의 경쟁 심화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WSJ은 또 ‘알리바바의 정치 위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 동행하는 등 마 회장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권부(權府)의 결정으로 대기업 운명도 하루 아침에 바뀌는 중국 풍토에서 마 회장의 행보가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 “손정의 회장 등 대주주와 상의 없이 마 회장이 2011년 중국 정부 요청에 따라 결제관련 핵심 관계사(알리페이)를 계열 분리했던 것이 대표 사례”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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