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산업부 기자

“삼성이나 현대차 모두 수조원을 써가며 화려한 성을 세우려 할 때가 아닙니다. 혁신적 기술과 제품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중요한 시기입니다.”

경력 15년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놓고 인수 경쟁을 펼치는 재계 1,2위 삼성과 현대차를 향해 걱정을 쏟아냈다. 18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입찰 금액에 개발비까지 더하면 최소 10조원이 들 것이라며 ‘재계 1,2위가 맞붙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산 전쟁’ 이라는 짜릿한 타이틀로 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과연 두 그룹이 지금 부동산 개발에 수조원을 쏟아 부어도 되는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주력제품인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 1위 지키기가 힘든 상황이다. 라이벌 애플은 저가형(아이폰5C)ㆍ큰 화면(아이폰6) 스마트 폰을 내놓으며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 등 중국 업체도 싼 가격에 기술력까지 겸비한 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대차 역시 엔화 약세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도요타 등 일본 업체와 경쟁이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인데다,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차의 경쟁력도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1분기 10조원 가까운 영업 이익을 올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 이익이 5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1분기 2조1,097억원에서 1조9,300억 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애플,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이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세계 최대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짓는 등 경쟁사들은 성장 동력 발굴, 혁신적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다지만 부지 매입에만 수조원을 쓰는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게다가 한전 부지의 투자 수익성도 좋지 않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설사 꼭 필요한 투자라 할지라도 주주 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야 하지만 양측 모두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는 글로벌 5위라는 위상에 걸맞은 ‘통합 사옥’이 꼭 필요하다며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의 기대효과는 모호하다. 삼성은 여전히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도 않아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양사 모두 자칫 승부에만 매달리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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