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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인 척하는 국가

입력
2014.09.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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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가부장 노릇에 선의가 있을 리 없다. 국민 개개의 건강 따위는 국가의 관심사가 아니다. 예부터 백성은 세원(稅源)일 뿐이다. 담배는 유용한 우회 증세 수단이다. 중독성 기호품이어서 수요가 견고한 데다, 흡연자가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조세 저항도 크지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의 가부장 노릇에 선의가 있을 리 없다. 국민 개개의 건강 따위는 국가의 관심사가 아니다. 예부터 백성은 세원(稅源)일 뿐이다. 담배는 유용한 우회 증세 수단이다. 중독성 기호품이어서 수요가 견고한 데다, 흡연자가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조세 저항도 크지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흡연은 개인 자유다. 국가의 간섭 대상이 아니다. 가해 처벌로 족하다. 담뱃값 8할이 세금이다. 누진과세보다 쉽다. 국민건강은 핑계다. 위선은 차별이 된다. 비싸면 부자만 피운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겠다고 11일 발표했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배로 인한 심각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종합 금연대책’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왠지 꼼수 냄새가 풀풀 난다. 국민 건강의 증진을 빙자해 담배 피우는 1000만 국민을 겨냥한 증세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은 사실 담뱃세 올리기다. (…) 담배 한 갑 소비에 따른 세금 부담률이 62%에서 79%로 높아진다. (…) 가격 인상 뒤에도 담배를 뻑뻑 피우는 애연가는 나라 곳간을 채운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담배 피우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흡연 행위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다. 흡연자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을 해치며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생산이나 소비 행위에 부과되는 세금을 죄악세라고 한다. (…) 하지만 징벌적 세금이라도 과세원칙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 당장 공평과세의 원칙에 맞는지 따져보자. 담뱃세와 같은 죄악세는 세계 어디서나 대부분 재정이 어려울 때 건드린다.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덜하다는 점을 국가가 이용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번 담뱃세 인상 추진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때의 감세 조처로 재정수지는 크게 나빠졌다. 앞으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그러자 정부가 만만한 흡연자들의 주머니부터 털어보자는 것 아닌가? 결국 부자와 대기업에 준 감세 혜택으로 생긴 나라 곳간의 구멍을 흡연자들이 메우는 꼴이 아닌가?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흡연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게 아니라 ‘당근’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 때로는 부드러운 권유가 징벌적 의무를 지우는 것보다 세상을 더 쉽게 바꿀 수 있다.”

-담뱃값 인상 유감(한겨레 ‘아침 햇발’ㆍ박순빈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런던의 한 한인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에 이런 안내가 있다. “성수기 도미토리룸 1박에 말버러 담배 1보루+10파운드.” 6인실 도미토리 숙박 가격이 30파운드니 담배 1보루에 20파운드를 쳐주는 셈이다. (…) 이런 블랙코미디가 가능한 건 물론 영국과 한국의 담배 가격차가 현저한 까닭이다. 영국에선 현재 말버러 1보루가 85.5파운드에 팔린다. 요즘 환율로 14만3000원이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출국장 면세점에선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 돈 좀 아끼겠다고 트렁크에 담배를 우겨 넣는 투숙객이 늘수록 주인의 이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깐깐한 영국 세관에 소문이 안 났을 리 없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겐 유독 눈을 부라린다. 법정한도를 넘겨 가져왔다가 압수되거나 세금 물기 일쑤라는 거다. (…) 내년부터 담뱃값이 오른다니 히스로 공항에서 봉변당하는 한국인들은 줄어들겠다. 하지만 확실하게 올려야 할 터다. 남의 횡재에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찔끔찔끔 올려서는 금연 유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이 불법으로 돈 버는 일도 사라져야 하겠지만 이 나라 백성들만 싼값으로 제 몸 버리고 남의 몸 해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 공연히 물가만 올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의 접근의지를 꺾기 위해서라도 정답은 확실한 인상뿐이다.”

-돈 대신 담배 내면 깎아드려요(중앙일보 ‘분수대’ㆍ이훈범 국제부장) ☞ 전문 보기

이상한 건 청와대 태도다. 왜 밝히지 않는가. 진상 범위엔 4월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뭐했나도 당연히 포함된다. 단죄완 별개다. 얼마나 떳떳하지 않은 사생활을 누렸기에.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5시10분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는다. 그 ‘7시간’의 공백 끝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는 세월호 구조 실패가 확연해지고 300여명의 사망·실종이 확인된 시점이다. 박 대통령=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은. 안전행정부 2차관=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아, 갇혀 있어요. (…) 참사 당일 청와대 ‘경내’에서 국가안보실과 비서실로부터 21차례에 걸쳐 30분 간격으로 서면과 유선 보고를 받았다는 대통령이다. 기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었다면,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청와대의 상황 진단이 허술해 엉터리 보고가 이뤄졌거나, 한 차례 대면보고도 받지 않은 박 대통령의 그 ‘사라진 7시간’ 문제 때문일 터이다. 세월호가 침몰해 국민 300여명이 수장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대처가 어떠했는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질문에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의 답은 분명 의도적으로 언저리를 맴돈다. “대통령은 경내에 계셨고, 서면과 유선 보고를 30분 단위로 받았다.” 질문의 본질인 박 대통령이 받았다는 서면·유선 보고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 박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에 무엇을 했는지 밝히면 의혹과 논란은 깨끗이 사라진다. 유신시절 ‘국가원수모독죄’인 양 산케이신문 기사를 검찰 수사에 올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지 않아도 될, ‘뻔한 출구’를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 “국가안보”라는 건 애초 말 안되는 것이고, 대체 이러한 지경에서도 7시간의 행적과 업무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정이 뭔가. (…) 종국에 세월호특별법의 진상규명 작업은 사고 당일 정부의 대응 부실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 여하튼 정부 대응 부실 조사의 종착역은 실질적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을 겨냥한 특별법”이 아니라, 진실의 본말을 맞추기 위해선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고 당일 대처‘도’ 밝혀져야 한다. (…) 청와대와 여당이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해 막무가내 ‘세월호 탈출’을 꾀하는 것은 하나의 목적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차단이다. (…) 대통령 조사, ‘사라진 7시간’이 파헤쳐지는 것을 막는 것이 절대다. 그걸 위해서라면 정국이 결딴나든, 목매는 ‘민생법안’이 표류하든, 세월호 유족들이 야만적 폭력에 노정되든 그들에게는 상관없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깨고 전쟁불사까지 외치며 가장 격렬히 응하는 것이 ‘최고 존엄 모독’이다. (…) 오로지 ‘박근혜 최고 존엄’만 지킬 수 있다면 나라가 어찌되건 무엇이든 한다, 어딘가 닮지 않았는가.”

-‘박근혜 최고 존엄’ 지키기인가(경향신문 기명 칼럼ㆍ양권모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두 가지 궤도를 따라 각각 두 차례씩 이뤄지게 돼 있다. 법(法)에 따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가려내는 수사는 검찰이 전반전을, 특별검사가 후반전을 맡는다. 공론의 장(場)에서 세월호의 문제점들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국회 국정조사가 전반전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가 후반전을 담당한다. 사법 처리와 관계없이 잘잘못을 따져보고 교훈을 얻기 위한 것으로 법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이렇게 모두 네 가지 절차를 통해 세월호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진행된다. (…) 법(法)과 정치(政治)의 장에서 두 차례씩 진행되는 수사와 조사를 마치고 나면 사람의 능력으로 밝혀낼 수 있는 진실은 대부분 확인될 것이다. (…) 야권이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공세에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기소권·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야권이 ‘세월호의 진실’을 부르짖는 진짜 속내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든 청와대 쪽으로 돌려 박근혜 대통령을 흔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과 특검에만 맡겨서는 그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을 처음 인지(認知)한 4월 16일 오전 10시는 세월호가 이미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시점이었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며 더 이상 구조 활동이 불가능해진 것은 불과 20분 뒤였다. 현장에서 수백㎞ 떨어져 있던 박 대통령은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 수도, 내린다 해도 결과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뭘 하고 있다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느냐’ 같은 문제는 검찰과 특검의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진상조사위 차원에서는 시빗거리가 된다. 또 세월호 유족이 주체가 되는 진상조사위는 검찰이나 특검보다 훨씬 정치적 힘이 실리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에 주자는 기소권과 수사권은 ‘왜 아이들이 죽어갔는지’라는 세월호의 본질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이 표적이다.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을 잠재적 피의자로 몰아가면서 한편으론 7시간의 행적에 대해 의혹을 부풀려서 가십거리로 삼는 부수 효과도 노리고 있다. 국가적 비극마저 도구화하는 이런 정략(政略)이 나라를 볼모로 잡고 있다.”

-‘대통령의 7시간’ 겨냥한 特別法인가(9월 10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김창균 부국장 겸 사회부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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