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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가 개인 돈 들여 방검복 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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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가 개인 돈 들여 방검복 사는 이유는?

입력
2014.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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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 대부분 흉기 쓰는데 방검복 턱 없이 부족해 맨몸 사투

"가족들 걱정에 지급품 못 기다려" 성능 좋은 방검복 직접 구매까지

방검복
방검복

“흉기를 든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하려면 방탄복보다는 방검복 같은 장비가 더 필요합니다.”

10일 서울 강북지역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15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연휴 내내 친척들에게 ‘어떻게 경찰이 민간인에게 총을 쏘느냐’는 비난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방배동 주택가에서 칼부림 난동을 부린 여성에게 경찰이 실탄을 발사한 사건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실탄이 발사된 건 분명 사고이지만 경찰관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총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검복을 지급해달라”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높다. 총기 과잉대응 논란이 일었던 방배동 사건에서도 해당 경찰관은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방검복 미착용의 원인으로 일선 경찰서에 지급된 방검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1주일간 만난 서울지역 지구대와 형사과 소속 경찰 30여명은 “보급된 방검복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서지역의 한 강력팀장은 “경찰 한 사람당 한 벌씩, 형사과마다 50벌 정도 있어야 하지만 보급된 것은 고작 서너 벌”이라며 “누군 입고 누군 입지 않을 수 없어 출동할 때마다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팀장은 “아예 방검복이 없다고 생각하고 출동한다”며 “방검복만 있으면 흉기를 가진 범인을 체포할 때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대 순찰차마다 방검복이 한두 벌 비치돼 있지만 긴급상황에서 출동 인원들이 모두 입기에는 부족하다.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지구대의 경우 순찰차 3대에 방검복이 1벌씩 총 3벌 있지만 팀원은 10명이나 된다. 이 지구대 A경사는 “순찰차에 방탄복도 비치돼 있긴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칼을 막을 수 있는 방검복”이라고 말했다.

일부 경찰들은 사비를 들여 가볍고 성능 좋은 방검복을 구입해 착용하기도 한다. 서울 강동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올해 초 40만원을 들여 방검복을 샀다”며 “사고에 노출돼 있는 직업 특성상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해 지급품이 나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호신용품 전문 쇼핑몰에서는 방검복을 개당 10만원에서 4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한 지구대 B경사는 “개인적으로 구입할 곳이라도 있는 게 어디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뜩이나 방검복이 부족하지만, 그나마도 착용 지침이 없어 사건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 서부경찰서 관할 한 지구대의 C경위는 “현장 출동지시가 떨어졌는데 방검복을 챙겨 입다 보면 출동을 지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그렇다고 무거운 방검복을 계속 입고 근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지구대 D경위는 “현장에 도착해서도 상황이 급박하면 방검복을 입지 못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이래저래 방검복을 입고 위급상황에 출동하는 경찰관은 손에 꼽을 정도인 셈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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