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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사망사고 당시 훈련병들 손 묶었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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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사망사고 당시 훈련병들 손 묶었다" 의혹

입력
2014.09.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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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짜리 문방구 신발주머니를 교재로

사고대처 무능 교관 4명, 문책 불가피

포로체험 훈련 중 순직한 특전사 대원의 합동안장식이 엄수된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에서 특전사 동료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로체험 훈련 중 순직한 특전사 대원의 합동안장식이 엄수된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에서 특전사 동료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께 청주시 청주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 소속 전모(23)하사가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께 청주시 청주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 소속 전모(23)하사가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특전사 2명의 사망 사고로 ‘특전사 포로훈련’에 대한 미숙한 군(軍)의 관리체계와 더불어 사고 당일 오후 훈련에서는 오전과 달리 훈련병들의 손을 뒤로 묶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충북 증평군에 있는 한 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중 하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이모(23) 하사와 조모(21) 하사는 청주시내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전모(23) 하사는 3일 오전 의식을 회복한 뒤 대전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측은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질식사로 추정 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두건의 재질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날 훈련에 사용된 두건은 방수 처리된 폴리에스테르 제품. 이 조차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인근 문방구에서 2000원짜리 신발주머니를 특전사 요원들의 목숨이 오가는 훈련용으로 구입해 사용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군 수사결과 드러났다.

한마디로 ‘죽으라는 소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과거 훈련은 주로 통풍이 적당히 되는 천을 이용했다. 이 천을 통해 조금씩 호흡을 하고, 장시간 결박상태가 이어져 얼굴에 붙은 두건을 혀로 밀어내며 고통을 참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경우 훈련병은 팔과 다리가 뒤로 묶인 채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두건 속으로 눈물, 콧물, 침까지 범벅이 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에 이어 문제의 지적은 그 뿐만이 아니다.

훈련 중 요원들의 ‘살려 달라’는 외침을 무시한 것과 관련, “무조건 두건을 벗겼어야 한다”며 “이를 연출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교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두건 등 결박을 풀고, 훈련자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취재중 훈련 당시의 내용이라는 제보도 이어졌다.

제보내용으로는 당시 오전과 달리 오후 훈련에서는 포로의 손을 뒤로 묶어 사고를 부축였다는 것.

이 제보자는 “아침 훈련에서는 2시간 40분 동안 포로체험훈련을 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당시는 포로들의 손을 앞으로 포박했고, 이 과정에서 병사들이 너무 손쉽게 손으로 두건을 들어 올리는 등 실제상황과 달라 저녁 훈련부터는 손을 실제상황과 맞게 뒤로 묶게 된 것으로 안다”며 포로로 체포될 때 손의 포박 상태가 앞으로 되어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발표와 제보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미루어 볼 때 단순히 훈련에서 손의 포박 상태가 바꾸었다고 질식사고가 벌어질 리는 만무하다. 결국 사망한 두 하사가 얼굴에 쓰고 있던 방수 재질의 두건이 질식을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다.

향후 수사당국의 수사를 거쳐 재판에서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잘못된 재질의 훈련용 두건을 선택 구입했고, 이에 대해 재차 안전성 확인을 하지 못한 교관 및 관리자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특전사 하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현장교관 4명은 지난 4일 현사 입건됐고, 이들은 '업무상 중과실치사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특전사 훈련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명백한 인재다’ ‘왜 이렇게 원인을 생각하지 않는지’ ‘막상 전쟁나면 모두 죽는다’ ‘교관들은 도대체 훈련 중에 뭘 하는 것인가’ ‘이것은 작전의 실패다...용서 받을 수 없다’ ‘무책임의 극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 두 부사관들의 명복을 빈다’ 등 특전사 훈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두 순직 장병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게 안타깝다. 그러나 특전사라는 부대의 역활과 임무, 고도의 위험, 작전특성상 일반장병들에 비해 특수한 교육은 불가피하다.' '해결방법? 안전체계와 사전 완벽한 훈련준비는 필수다' '교관들은 영국SAS 교관 훈련 이수해야'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편, 일부 보도와는 달리 특전사의 이번 포로체험 훈련은 처음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특전사 요원들은 레인저교육으로 산악전문교육을 하면서 포로체험 훈련을 병행했다. 일명 시어SERE(Survival Evasion Resistance and Escape)훈련이라는 이 훈련은 일주일 정도의 생존, 도피, 저항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최초에는 6개월간 진행했다가 3개월로 축소됐고 급기야는 일주일 단기 교육프로그램에서 줄어들면서 잠정 중단됐었다.

과거 특전사 요원들의 '포로체험훈련'을 보면 지금보다 강도가 월등히 높았다.

그 당시 포로체험훈련은 이번 사건처럼 단순히 포박되어 갇혀 버티는 훈련은 물론이거니와 몽둥이로 때리거나 주리를 틀고 심지어 전기고문 등의 갖은 고문을 받는 훈련을 거듭해 전장에서 적에게 포로로 잡혔을 때 최소한의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이었다고 설명했다.

확인결과 특전사 관계자도 “훈련은 지난 8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부활한 상태지만 사고로 사망하는 일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며 “외국의 사고 사례의 경우는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훈련의 강도보다 더 강하고 혹독해서 비교하기에는 조금 다른 경우”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특전사의 포로체험 훈련은 포로 시 행동요령은 고립무원 적지에서 만에 하나 적의 포로가 됐을 제네바 협약에 의한 포로의 권리와 적의 심문 요령을 회피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훈련”이라고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군 가혹행위, 총기난사, 폭행 등 잇따라 발생하는 군의 사건 사고가 대한민국 군의 위기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군의 존재 목적은 나라를 지키는데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거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로마의 전략가 베제티우스의 말이 떠오른다. ‘곤경에 빠진 우리 軍,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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