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임의 궁금하군] (2) UFG 훈련이 뭐길래

12일 간 진행되는 한미합동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시작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이 술렁거렸습니다. 출입기자들이 ‘UFG 연습이 내일부터 시작된다’는 예고기사를 써야 하는데 국방부가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18일 오전’으로 정해 훈련이 이미 시작된 후에야 기사를 쓰는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자들은 “엠바고를 파기하더라도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이런 마음을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읽었는지 ‘UFG 연습은 내일까지 엠바고 사안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며 엠바고 일정을 재공지했습니다.

● ‘눈 가리고 아웅’식 엠바고

UFG 연습이 대체 뭐기에, 국방부가 왜이리 엠바고에 집착하는 걸까요. 연습 일정이 하루 전날 보도가 되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UFG 연습 일정은 북한 측에 통보하기 전까지 엠바고를 유지하는 것이 관행으로 지금까지는 UFG 개시 전에 북한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지만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 특수 상황을 감안해 통보 시점이 교황이 한국을 떠난 직후(18일 귀국)로 늦춰졌다는 게 국방부 설명입니다. 매년 북한이 ‘핵 전쟁 선전포고’라며 UFG 연습을 강력 비난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의 설명은 언뜻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관련 일정이 이미 대대적으로 공개된 상황에서 유독 언론 보도만 자제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시상황을 가정해서 진행되는 UFG 연습은 정부 부처 주도의 을지연습과 한미 연합사령부 주도의 군사연습으로 병행해 이뤄지는데 을지연습 일정은 이미 1주일 전부터 관공서마다‘평화와 안보를 위한 국가비상대비훈련 2014 을지연습 8.18(월)~21(목)’이라고 대문짝하게 박힌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내걸며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었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들은 본인의 관심사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UFG 연습 일정을 알고 있는데 정작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지면 독자들은 엠바고 때문에 이를 모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사실 북한에 UFG 일정을 통보하는 주체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아니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이기 때문에 ‘이상한 엠바고 설정’의 책임을 국방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최첨단 정보기술을 보유한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유엔사의 UFG 일정 통보는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통해 북한에 전달됩니다. 북한군이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느냐고요? 다행히도 유엔군이 확성기에 대고 영어로 말하면 옆에 있는 통역관이 다시 한국어로 통역해서 전달한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 중인 지난달 21일 수도방위사령부 내 합동작전본부를 방문,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란

우리나라에서 매년 실시하는 훈련 중 가장 큰 훈련인 UFG(Ulchi-Freedom Guardian) 연습은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킨 고구려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요, 뒤에 따라 붙는 프리덤 가디언은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한반도의 자유 수호’를 목적으로 한 연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UFG 연습은 군사연습과 정부연습으로 나눠 실시됐는데요,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 하에 포커스렌즈(Focus Lens)라는 명칭으로 한국방위를 위한 군사연습이 시작됐고 정부 부처 주도의 을지연습은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기습한 이른바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공무원 비상소집, 피난 지원, 기동의료반, 재난현장 통합지휘소 운영 등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 부처 차원에서 대비할 사안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각기 따로 진행되던 두 연습은 1976년부터 ‘을지포커스렌즈’라는 명칭으로 통합됐는데요, 2008년부터 명칭이 ‘을지프리덤가디언’으로 바뀌었습니다. 1부 연습은 나흘간 정부와 군 당국간 통합 훈련이, 2부 연습은 나머지 기간 동안 군사작전 위주로 진행됩니다.

UFG 연습이라고 하면 대규모 함대와 전투기가 동원되는 기동훈련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행되는 지휘소 연습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전시상황을 가정,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 화력, 병력 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해 실시하는 일종의 워 게임(War Game)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습에 동원된 우리 측 병력 5만명은 수도방위사령부 벙커에서, 미군 병력 3만명은 한미연합사 벙커에서 8시간씩 3교대로 24시간 내내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참고로 올해 UFG 연습은 훈련 목적이 조기에 달성됐다는 이유로 종료 예정일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8일 훈련을 마쳤다고 합니다.

대규모 장비나 병력이 동원되는 기동훈련도 아닌데 북한이 매년 으름장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북한 입장에서 군과 정부가 합동으로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또 이를 비난하지 않으면 UFG 연습을 정당화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습니다. 특히 2010년 연습 당시 평양 점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포 작전을 실시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는데 이런 전례도 북한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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