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문제: 세종에 없는 것은 ①스타벅스 ②영화관 ③병원 ④대중목욕탕

생각보다 애매한 문제입니다. 시점마다, 범위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터라 풀이를 위해선 해설을 곁들여야 합니다. 우선 지역 범위는 세종의 행정구역 중 세종정부청사 주변, 공무원들이 주로 사는 첫마을과 대평리 정도로 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는 세종에 등장한 게 올해 1월 8일이니 지난해에 문제를 냈다면 답이 될 수 있겠네요. 세종청사 대로변에 자동차극장이 등장했으나 일반적인 영화관으로 분류하긴 고민이 되고요. 동네 병원과 의원은 여럿 있지만 종합병원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장 근접한 답은 ④번입니다. 서울은 동네마다 있는 대중목욕탕이 세종엔 사실상 1곳도 없습니다. 곧 생긴다는 말이 무성했지만 워낙 땅값이 올라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립 계획이 좌초됐다고 합니다.

대중목욕탕 건립은 세종시의 숙원사업이자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 사항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행복도시에 그 흔한 목욕탕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시장 선거 때 주요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죠. 세종 전체로 따지면 10곳 정도가 있다는데, 8곳이 조치원읍에 몰려있고, 그나마 대평리 동네 목욕탕 2곳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특히 ‘세종의 강남’이라 불리는 첫마을에 대중목욕탕이 아예 없습니다. 공무원과 그 가족이 주축인 주민들의 자존심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엔 ‘때묻은’ 공무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아들과 오순도순 서로 등을 밀어주던 정겨운 장면을 연출할 수도, 묵은 때를 밀며 한주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게 된 거죠. 물론 집에서 샤워를 하겠지만 어디 묵은 때까지 다 벗겨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세종 공무원들은 때묻은 채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기 일쑤입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긴 합니다. 첫마을에서 10분 남짓 떨어진 대평리에 올 4월 작은 목욕탕이 생겼거든요. 그러나 대중목욕탕이라고 부르기엔 공간이나 시설이 말 그대로 작은 게 흠이죠. 10명 남짓 들어가면 꽉 차는데다 탕이 하나밖에 없어서 월화는 남성, 수목금은 여성만 입장이 가능하거든요.

당초 지역 어르신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6~8월은 임시휴장(하절기)을 했고, 현재도 보수 중이라 한가위가 끝난 11일에나 다시 문을 연다고 하네요. 가격은 65세 이상 1,000원, 어린이 2,000원, 어른 3,000원입니다.

대중목욕탕이 없다 보니 얽힌 사연도 많습니다. “2주마다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면 목욕탕부터 간다” “아내가 월요일(남성만 입장)에 대평리 목욕탕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식구들과 물 좋은 유성온천에 가곤 했는데 1시간이나 걸려 힘들다” “슬리퍼 질질 끌고 편하게 가는 목욕탕의 맛이 그립다” 등. 세종 공무원들이 몸의 때만이라도 맘 놓고 개운하게 밀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