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검사법 있는지도 몰라

락스 성분이 기준치의 49배까지 들어있는 건어물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식품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환경연구원은 검출방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2일 사법당국에 따르면 서울의 한 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쥐포, 명태포 등 건어물 6종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1㎏당 최소 72㎎에서 최대 246㎎까지 검출됐다. 이는 식약처가 정한 차아염소산나트륨 잔류 기준(5㎎/㎏)의 14~49배에 달하는 수치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건어물의 핏기 제거 및 멸균 처리 등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살균ㆍ표백 효과가 있는 물질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식품에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완제품에는 기준치 이하만 남아 있어야 한다. 홍성호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물질이 들어있는 건어물을 먹으면 입 안에 통증을 느끼거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심할 경우 식도나 위 점막이 손상되고 혈액에 녹아 들어가면 혈압이 떨어져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독성이 있는 물질이지만 식품안전 감독기관들은 건어물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사용된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차아염소산나트륨 검출 시험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앞서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경찰은 지난달 중순 형사처벌 외에도 건어물 제조업자에게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 경기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차아염소산나트륨 검출 시험법이 없어 가능하지 않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지난달 말 경기를 제외한 전국 보건환경연구원 15곳에 문의한 결과 14곳이 차아염소산나트륨 검출 시험법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서울 보건환경연구원만 식약처 내부 지침에 있다고 답했을 뿐 나머지는 “지난달 28일 식약처가 보낸 공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한국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시험법 관련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재검토 결과 차아염소산나트륨 검출 시험법이 2004년 12월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초 식약청이 식약처로 바뀌면서 대규모 인사 이동이 있었는데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현재 차아염소산나트륨이 검출된 업체가 1차 가공품을 페루,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했다고 밝힘에 따라 해당 1차 가공품을 국과수에 재의뢰하는 한편 시중에 유통된 물량을 파악하고 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