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실종자 열 분의 사진입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해수부 기자실에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하던 중 ‘실종자 사진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품에서 사진을 꺼내 들더니 갑자기 울먹였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가운데 아직 실종자로 남아있는 이들의 사진. 취재진도 함께 숙연해졌습니다.

정치인의 눈물은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의 눈물은 좀 달라 보였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부터 쭉 진도에 머물며 실종자 수색 상황을 진두지휘하던 이 장관이 세종 청사로 출근한 것은 139일 만의 일. 참사 이후 줄곧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그는 나중엔 신뢰를 줬다는 평가와 함께 실종자 가족들의 격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지키다 참사 이후 139일만인 1일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수부 기자실에서 열린 연안여객선 안전대책 사전 브리핑 도중 아직 찾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의 사진을 꺼내보며 "이분들 얼굴을 보면 마음이 찡하다"면서 울먹이고 있다. TV화면 캡처

극도의 슬픔과 분노, 무력감이 뒤엉킨 진도에서 4달 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특히 이 장관은 세월호 침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해수부의 수장인 만큼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 장관이 취임한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났습니다. 이 장관이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책임을 지고 진도에 머물며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해왔습니다. 이 장관은 진도에 머무는 동안 야전침대에서 잠을 잤다고 합니다. 최근 길게 자랐던 수염은 깎았지만 머리는 여전히 텁수룩했습니다. 누구든 도망치고 싶은 자리에서 핑계 대거나 발뺌하지 않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그가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습니다. 이 장관은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언급하기는 좀(어렵다)”이라고 했습니다. 46일 동안 단식했던 김영오씨 병문안을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장관으로서 정권과 엇박자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이 장관이 그간 쌓아온 믿음을 바탕으로 김영오씨 등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면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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