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대혁 사회부 기자

“내 아이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그저 귀찮은 아이일 뿐입니다. (중략) 똑똑하고, 말 잘 듣고, 부모의 학벌ㆍ직장이 좋으면 대접 받는, TV 속 ‘상속자’들만 대우받는 이 사회가 괴롭습니다.”

한국일보가 8월 25~29일 연재한 ‘교육 희망 프로젝트_1부. 꼴찌를 위한 학교’ 기획보도는 수많은 ‘평범한’ 자녀의 부모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취재팀에는 독자들의 메일이 빗발쳤다. 위 메일을 보낸 독자는 우리 교육과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독자는 “살기 어려운 부모의 무관심으로 한글을 못 떼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초등 2학년 선미(가명ㆍ▶관련기사 보기)를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조카가 학업에 모든 의욕을 상실한 학생인데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느냐”고 상담을 신청한 이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해서 명문대에 갈 수 있나’로 요약되는 교육계 현실에서, 소외당한 대다수가 공감하고 호응해 온 것이다.

650만명 초중고 학생 중에는 공부(공부 아닌 무엇이라도) 잘한다는 자신감이 없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기획 ‘꼴찌를 위한 학교’의 문제의식은 학습부진아로 분류되는 소수 학생들만이 아니라 그러한 다수 학생들에게 ‘학교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포기’였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따라가지 못해서, 불우한 가정 환경 탓에, 주변의 높은 기대가 압박으로 돌아와 우리의 학생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공부를 포기하고 있었다. 많은 학교와 교사는 그런 학생들을 보듬지 못하고 포기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다른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찾지 못해 꿈을 포기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우등생들의) 면학분위기를 망치는 문제아’라는 낙인과 차별을 못 참고 학교 자체를 포기한 아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한국 학교는 못 다니겠다며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관련기사 보기)의 어머니는 직장인으로서 경력과 아내로서의 삶을 상당기간 포기해야 한다.

고작 10대 또는 그보다 어린 나이에 공부를, 학교를,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암울한 미래를 예언한다. ‘나라를 먹여 살릴 창조적인 1%’를 강조하면서 어느덧 우리의 학교는 이 나라의 건전한 시민이 될 99%를 간과하고 있다.

공부를 못해도, 우등생이 아니어도, 학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명문대를 갈 수 있는 학업 능력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능력과 꿈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가정의 경제력이나 성적, 미래의 꿈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이 분리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함께 섞여 서로에게 배워나가는 경험도 중요한 교육의 가치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인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국영수 점수가 높다고 키워질 수 있는 것도, 부모의 사회경제력으로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님은 분명하다. 꼴찌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다면 우리 교육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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