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구의 집談]

지난달 개봉한 영화 ‘프란시스 하’는 27살 젊은 여성의 좌충우돌 뉴욕 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프란시스는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지만 수년째 연습생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그는 뉴욕의 값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자주 이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다 보면 뉴욕 젊은이들의 주거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이 늘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한 방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가 동거를 제안하는데 프란시스는 거절하지요. 혼전 동거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란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하며 프란시스가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같이 살고 있는)소피에게 미안하잖아” 그만큼 이들에게 동거는 거리낄 게 없는 자연스러운 문화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소피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새로운 동거를 시작합니다. 집값이 비싼 차이나타운 근처의 월세 4,000달러짜리 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지요. 여기엔 이미 두 명의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소피가 내야 할 월세는 1,200달러. 그들은 하나 남은 빈방에 친구를 불러서 월세를 더 낮춰보자는 얘기를 합니다.

이런 방식의 주거를 두고 흔히 ‘셰어하우스’라고 말합니다. 방은 각자 쓰면서 거실과 화장실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것입니다. 가족처럼 생활한다는 점에서 대학가 주변의 하숙과 유사하지만 집주인이 함께 살지 않는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주거문화나 가옥구조 등도 원인이 됐지만, 보다 직접적인 것은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공동구매를 해서라도 비용을 아껴보겠다는 목적이 크다는 것입니다.

사실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기도 합니다. 동거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심의 주거비가 치솟으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입니다. 아직은 지인들끼리 함께 사는 경우가 많지만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 공고를 내서 동거인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낯선 이들과의 동거 생활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셰어하우스를 하기에 적합한 주택 자체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대부분은 독립된 공간이 작은 아파트이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정부의 주택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난과 1~2인 가구 증가에 대응해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은 원룸 건립입니다. 수년 사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원룸을 갖춘 주택만 10만 실이 넘게 공급이 됐고, 그 결과 원룸의 공실률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실 1인 가구라고 반드시 원룸에서 살라는 법은 없습니다.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지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 지붕에 다른 혈연의 여러 가구가 살면서 함께 식사하고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안정망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원룸에서 외롭게 사는 것보다 훨씬 권장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서울 은평구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이 셰어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빈집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동거’를 주선하는 사업에 나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 도심 웬만한 곳의 순수월세가 1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셰어하우스 문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 살기 힘드시죠. 여러분 같이 삽시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영화 '프란시스 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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