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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영어 절대평가 '유사 본고사' 빌미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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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영어 절대평가 '유사 본고사' 빌미 안 되게

입력
2014.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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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이르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절대평가는 다른 학생과 성적을 비교하지 않고 일정 기준을 달성했는지 여부만 파악하는 방식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냈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초ㆍ중등 교육과 대학입시에 적잖은 변화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의 명분은 사교육비 경감과 학생들의 학습부담 완화다. 상대평가 방식인 현행 수능에서는 1등급(상위 4%)을 가리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출제해 과도한 사교육과 학습부담을 유발했다. 교육부가 조사한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 18조6,000억원 가운데 영어는 6조3,317억 원으로 수학(5조7,762억 원), 음악(1조4,568억 원), 국어(1조2,637억 원)보다 높았다. 이런 점에서 영어 절대평가 전환은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 변별력 상실로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수학보다 영어를 주로 반영해온 문과 중하위권 대학들은 수학 반영 비중을 확대할 개연성이 높다. 영어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몰라도 수학 등 다른 과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영어논술이나 영어면접 등 사실상의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영어 절대평가 하나만 바꾼다고 사교육비나 입시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능체제와 입시제도 전반에 걸친 조정 작업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각에서 수학과 국어를 포함한 수능의 다른 과목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해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 교육당국의 자발적인 논의와 검토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자 바로 교육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교육정책적 필요에 의해 현장에서 제기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 졸속의 우려를 낳게 한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이 오락가락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생긴다.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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