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길 위의 과장을 없애겠다!”

국토교통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이른바 ‘세종식’으로 불리는 업무방식에 변화를 줍니다. 대정부질문 등 국회 출석 일정이 있거나, 서울에 체류 중인 장관 업무보고 때 실ㆍ국장 외에 굳이 안 가도 될 과장들까지 따라가면서 정작 부처 업무에 차질을 빚던 구태를 고치겠다는 건데요. 세종시 입주 부처 중 처음으로 실시하는 업무효율화 시도에 일단 눈이 갔습니다.

우선 과장급 직원의 국회 회의 참석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대국회 업무가 많은 특성상 실ㆍ국장들의 서울 출장이 잦고 과장들은 이를 보좌하면서 직원들에게 업무지시까지 내리다 보니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는데요. 앞으론 외부 회의는 실ㆍ국장과 해당 주무계장만 참석하게 됩니다.

간부회의 보고 자료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지금은 주무과장이 각 과의 현안을 전부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실ㆍ국장이 그 중 일부를 선택해 장ㆍ차관에게 보고하는 ‘상향식’이었지만, 앞으론 실ㆍ국장이 직접 보고항목을 4개 이하로 정해 실무자들에게 준비를 지시하는 ‘하향식’으로 바뀝니다. 월요일 보고를 위해 전주 목요일부터 실무자들이 보고서 준비에 열을 올리던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 되는 부분입니다.

보고 분량 역시 핵심 위주로 2페이지 이내로 간소화 하도록 했는데요. 간부들이 출장 중일 경우엔 영상보고나 메모를 적극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또 업무지시는 근무시간 내로 제한하고 퇴근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지시 역시 금지했습니다.

내용만 보면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국토부는 각 과별 이행 상황을 체크하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경고 ▦실명 공개(내부 전산망) ▦인사평가 반영 등 벌칙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 한해 안식월을 쓰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성패여부는 사실상 실ㆍ국장에게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과장의 전결 업무는 국토부 전체 사무의 64%를 차지할 만큼 매우 높은데요, 국회 보고 시 옆에 과장이 없어도 충실한 답변을 하려면 담당 실ㆍ국장은 지금보다 두 세배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겁니다. 또 보고항목을 선제적으로 정해서 하달하려면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흐름도 꿰뚫고 있어야 할겁니다. 안식월이요? 이것 역시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도록 적극 장려하고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체계도 잘 구축해 놓아야겠죠.

사실 국토부의 이번 시도는 민간 기업에선 이미 보편화된 시스템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변화가 느린 정부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과연 이번 실험이 성공해 다른 정부부처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아니면 한바탕 구호로 끝날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입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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