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 사건은 전체 범행의 내용 및 규모에 있어 구체적으로 열거할 필요도 없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 엄청난 것일 뿐 아니라 개별 범행의 내용도 어느 하나 경미한 것이 없다.”

2006년 11월3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김 전 회장에게는 41조원대 분식회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9조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이 적용돼 징역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이 선고됐다.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규모, 추징금 액수가 너무 커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고작’ 2,205억원에 불과했으니 김 전 회장의 8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죄질이 불량해 액면 그대로 보면 8년6월의 실형은 너무 약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더구나 그는 2008년 1월 특별 사면되면서 수감생활을 얼마 해보지도 않고 풀려나는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의 공과(功過)를 떠나 사법부의 심판은 이처럼 단호했다.

최근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와 예찬론이 한창이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연례행사가 된듯한데, 이제는 보다 공격적이고 대담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책임회피를 뛰어넘어,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금은 원천무효이고 부당한 대우해체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억울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공감하고 있다. 재판부도 “피고인이 세계경영의 큰 뜻을 꽃피우지 못했지만, 그 정신은 대우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까지 이어져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이미 법적 심판을 받은 부분까지 부인하고 김 전 회장을 피해자로 부각하려는 시도는 그 동안 다져놓은 김 전 회장에 대한 후한 평가마저 깎아 내릴 수 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경영부실로 망한 다른 대기업 사주들의 변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들도 정부나 금융권에서 조금만 더 지원했더라면 기업을 살렸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재계 인사도 “정부 말을 듣지 않아서 멀쩡했던 기업이 망했다는 식의 낡은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싶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우와 김 전 회장이야말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성장했다. 다른 대기업 사례에 비춰보면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관료, 금융계와 언론인에게 적지 않은 돈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아직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 그에 대한 재평가가 한창이지만 검은 거래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이어진다면 그것만큼 김 전 회장에 대한 의미 있는 재평가도 없을 것이다.

strong@hk.co.kr

강철원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카툰으로 만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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