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300 그리고 10.’

최근 한달 세종을 뜨겁게 달군 숫자들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제목의 영화들도 있죠. 물론 영화 때문에 세종이 들썩인 건 아닙니다.

300은 27일 발표한 단계적 퇴직연금 의무화 도입 사업장의 고용인원 기준입니다. 2016년 300인 이상, 2017년 100인 이상, 2018년 30인 이상, 2019년 10인 이상, 2022년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이죠.

10은 이달 초 나온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과세)의 세율입니다. 제조업은 주로 당기 소득의 60~80%(세금발생 구간)를 투자 인건비 배당 등에(1안), 투자가 적은 서비스업은 당기 소득의 20~40%를 인건비 배당 등에(2안)에 쓰지 않으면, 그 금액에 10%를 과세하는 식입니다.

이 숫자들은 정부가 확정, 발표하기 전까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기자들은 저마다 정확한 수를 맞추려고 동분서주했고, 공무원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으려고 수구여병(守口如甁)했습니다. 물론 여론을 떠보려는 수단이나 부처 이견을 빌미로 정부 관계자가 관련 숫자를 슬쩍 흘리는 경우도 있지만요.

영화 '명량'의 한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측간엔 선문답이 오갈 수밖에 없습니다. A: “5% 이상이죠?” “뭐, 그렇겠지.” “그럼 10% 이상?” “그건 당신 생각이고.” “아, 5~10%군요?” “…” B: “500인 이상부터 할 거죠?” “그건 너무 많지 않아?” “그럼 100인?” “아직 몰라.”

이러다 보니 수많은 오보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연금 기준은 500인 이상, 1,000명 이상 등 잘못된 정보가 연일 제목으로 뽑히는가 하면, 사내유보과세 세율은 3%, 5%, 15% 등을 앞세운 뒤 그럴싸한 근거를 곁들인 해설 기사들까지 등장했지요. 중구난방, 혼돈 속에서 정확한 숫자를 보도했다면 특종이라고 자화자찬할 법도 합니다.

문제는 너도나도 써야 한다는 압박 탓에 무리하게 지르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해당 숫자들은 1 아니 0.1만 바뀌어도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오는데도 말이죠. 미리 당겨 쓸 만큼 긴급한 사안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오락가락 숫자에 국민들은 헷갈리고요.

해결책은 확정 전까지 또는 정확한 숫자를 알 때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일일 텐데,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이 존재하는 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렇다고 슬쩍슬쩍 정보를 흘리는 공무원들의 입을 죄다 틀어막을 수도 없고요.

세종 어진동(정부세종청사)에선 이렇듯 서로 물을 먹이고 먹는 수전(數戰)이 곳곳에서 한창입니다. 이순신 장군만 수전(水戰)에 능한 건 아닌가 봅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