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 이야기]

동물원은 가족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손을 잡고, 부모가 되어서는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찾는 곳인데요. 특히 부모들은 아이에게 그림책에서만 볼 수 있던 실제 동물들을 직접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동물원을 찾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코끼리는 좁은 공간에서 몸을 앞뒤로 뒤 흔들고, 몽구스는 넓은 공간을 놔두고 좁은 터널만을 왔다갔다 반복하기만 하죠. 이는 동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행히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지만, 돌고래 제돌이처럼 쇼를 해야 하는 동물들의 고통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동물보호와 복지 관점에서 동물원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 리틀페어 왕립영국동물보호협회(RSPCA) 국제협력국장과 데이비드 코겐 생명교육자문 컨설턴트 대표가 25일 서울대공원 종합관리소 대강당에서 강아지, 뱀, 개구리 등의 모형을 보여주며 모든 동물에 대한 복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25, 26일 서울대공원과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동물원에서의 동물 복지 교육’이라는 주제로 국내 사육사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강연자는 영국 동물복지 전문가 폴 리틀페어 왕립영국동물보호협회(RSPCA) 국제협력국장과 데이비드 코겐 생명교육자문 컨설턴트 대표였는데, 이들에게 ‘동물원은 필요한가’라고 물었습니다.

이들은 “코끼리, 호랑이에게 동물원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수준의 환경을 제공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동물원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물원은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1700년대까지만 해도 귀족들만이 동물들을 수집하며 즐겼지만, 이후 도시에 동물원이 생겨나면서 공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듯 동물원의 역할도 즐거움, 흥미 위주에서 교육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런던이나 에딘버러 동물원에서는 코끼리가 죽으면 새로운 코끼리를 들여오는 대신 석상을 세우는 방식 등으로 자리를 비워둔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야생에서 하루 60km를 돌아다닐 정도로 움직임이 많고, 사회적 동물인데 이에 맞는 환경을 동물원에서 조성해주기 어렵기 때문이죠. 대신 코끼리 사육시설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이전 비디오와 사진을 보여주며 왜 코끼리가 동물원에서 살 수 없는지 코끼리 특성에 대한 설명과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는 코끼리 서식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고 합니다.

이들은 “호랑이가 다 죽고 동물원에만 남는다고 하면 그것이 진정한 호랑이인가?”라고 묻습니다. 호랑이의 특성을 잃어버린 호랑이는 이미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는 것이죠.

서울의 한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전보다 관람객들의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도와 기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동물원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이 동물원에 없는 것을 교육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동물원에 가기 전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알려주면 좋을 지 물어봤습니다. “동물 주변에서는 조용하게 천천히 움직인다, 유리창을 두들기지 않는다, 음식을 주지 않는다, 동물원 내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위해서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라고 요약해주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지 말라’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동물원에 가기 전 아이들에게‘더 많이 보여줘야지, 더 많이 만지게 해주자’보다 동물들도 사람과 같이 살아가야 할 생명임을 먼저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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