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승임 정치부 기자

국방부가 2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병영문화혁신 고위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윤 일병 사망 사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고위급 간담회에서는 군 사법제도와 군 인권법, 옴부즈맨 제도 등 세가지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군 사법제도 개선 고위급 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때문에 국방부 출입 기자들은 갑자기 토론회가 간담회로 바뀌고 토론 주제가 ‘사법제도’에서 ‘병영문화혁신’으로 확대 내지는 물타기 된 배경을 따져 물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마치 군 사법제도 개선만을 위한 토론회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군 인권을 포함한 병영문화 혁신을 점검하자는 취지에서 고위급 간담회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설명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군 사법제도 개선을 집중 논의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것인데 과연 이를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방부가 ‘군 사법제도 개선’의 타이틀을 쏙 빼버리면서 내놓은 군색한 변명은 도리어 ‘국방부가 사법제도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이미지만 강화한 꼴이 돼 버렸다.

실제 이날 간담회 의제의 하나로 오른 ‘사법제도 개선’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방안만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군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적인 사안인 지휘관 감경권 문제에서 육군은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행사하지 않고 중대 사건에서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지휘관의 감경권을 이전과 같이 행사하겠다는 발상이다. 또 군 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를 개선해 재판관은 법무장교만 맡되 일반 장교는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또한 일반 장교들이 여전히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어서 개선안으로는 보기 어렵다.

군 사법제도 개선에 대한 국방부의 의지를 문제 삼는 것은 과거 국방부의 ‘전력’ 때문이다. 국방부는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지휘관 감경권과 보통군사법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국방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군 사법제도는 군의 특수성과 지휘관의 지휘권 보장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급격한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병영문화 혁신안’으로 20개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근본 처방으로 제시된 군 사법체계 개편은 쏙 빠뜨렸다. 이래서는 명백한 살인 사건에 상해치사죄를 적용하고 지휘관이 병영 내 폭력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병영 적폐’를 절대 일소할 수 없다.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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