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밀!당!]

“몰라요. 몰라요. 우린 정말 몰라요.”

지난 일주일 동안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들은 ‘교황님 차(SCV 1)’ 얘기만 나오면 똑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전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행보로 유명한 교황이 기아차의 소형차 ‘소울(SOUL)’을 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현대ㆍ기아차들은 마치 ‘사전 교육’을 받은 것처럼 ‘교황 방한의 순수성을 헤칠 수 있다’ ‘교황청이나 교황방한추진단에 물어봐 달라’며 ‘제발 우리랑 엮지(관계를 만들지) 말아 달라’는 읍소까지 했습니다.

그 읍소는 15일 교황이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집전하기 전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개조 차량을 탄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고, 이튿날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기아차 패밀리 밴 ‘카니발’ 개조 차량이 전국에 생중계 되면서 강도가 더해졌는데요. 대부분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들은 “TV보고 알았다”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교황이 오기 전이야 보안 문제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미 다 나온 다음까지 저럴 필요가 있을까. 너무 엄살 피우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종교와 정치는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현대차 한 관계자의 말처럼 자칫 교황의 선택을 받은 사실 자체를 차 파는 데 이용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조심스런 자세로 이해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중 이용한 자동차들. 검소하고 소박한 교황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 기아차의 소형차 ‘소울(SOUL)' (맨 위), 15일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탄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개조 차량(왼쪽 아래),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로 이용한 기아차 패밀리 밴 ‘카니발’ 개조 차량(오른쪽 아래).

그렇다고 현대ㆍ기아차 사람들이 교황의 선택을 받은 사실 자체에 무관심한 것은 아닙니다. 한 관계자는 “마음 속으로야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만 이를 밖으로 드러내면 안되죠”라고 했습니다. “교황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축하’의 말에는 손사래를 치느라 바쁩니다.

사실 현대ㆍ기아차는 나름 속앓이 중입니다. 싼타페는 연비 과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고, 지난주 교황이 타기 사흘 전인 12일 현대차는 “문제가 된 싼타페 1대 당 40만원을 현금 보상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연비 문제 때문에 현금 보상을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은 현대차가 처음입니다. 그 동안 팔린 해당 차량이 14만대 정도 된다니 대략 560억원을 지불할 계획인데요. 사실 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연비를 측정해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부채질 한 측면이 있다며 현대차에 동정적인 여론과 어쨌든 조금이지만 틀린 연비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맞서기도 했는데요. 현대차 관계자는 “속앓이 한 싼타페를 교황께서 구원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셨으면 한다”는 ‘솔직한’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기아차는 더 심난합니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8.1% 감소한 12조545억 원을, 영업 이익은 전년대비 31.7%나 줄어든 7,69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원화 강세, 신차 부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9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6월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올 뉴 카니발을 탄 교황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반가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 있겠죠. 더불어 미국에서 햄스터가 나와 춤추는 광고로 ‘햄스터 카’로 알려진 소울은 이번에 ‘포프 모빌리티(교황 차)’라는 애칭까지 얻었습니다.

당사자들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교황 영향력이 큰 유럽, 남미(교황이 아르헨티나 출신)에서 판매를 견인 할 것이라는 전망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존 교황들은 방탄 처리가 된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A8 등 고급 세단을 주로 탔던 데 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로 피아트 해치백, 포드 포커스 등 대중들이 충분히 구매 가능한 작은 차를 선호해 왔던 터라 ‘교황차’의 영향력은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가지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교황님이 탔던 차’ ‘교황청이 고른 차’ 같은 수식어가 따라 다닐 것인데 과연 현대ㆍ기아차는 끝까지 대놓고 홍보를 하지 않는 ‘의리’를 지킬 것인지. 적절히 ‘수위 조절’을 할 것인지 여부인데요. 현대ㆍ기아차는 또 다른 한가지를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교황차’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자칫 작은 흠도 더 크게 받아들여지겠죠.

그리고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교황카의 판매 효과를 궁금해 하는 것은 ‘불경’은 아니겠지요.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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