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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고 싶은 대학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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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고 싶은 대학 만들겠다"

입력
2014.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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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 발전기금 유치… 포스텍 재정확충 앞장

하용이 포스텍 대외협력처장
하용이 포스텍 대외협력처장

홍콩 청쿵그룹 회장 리카싱(李嘉誠·85)은 아시아 최고 부자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 17위의 인물이다. 그의 순 자산은 325억 달러(32조9,71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개교 첫 외부공모 처장인 하용이(62ㆍ사진) 포스텍(포항공대) 대외협력처장. 그는 홍콩 한국국제학교 총교장 시절 일국의 대통령도 만나기 어렵다는 리카싱을 설득해 발전기금을 받아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 박태준 설립이사장을 존경해 공모에 응모했다는 그는 포스텍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지역 업체들로부터 1억9,000만원의 기부를 끌어냈다. 하 처장을 만나 지난 1년간 포스텍 생활의 뒷이야기와 화려한 인맥의 비결을 들어봤다.

_34년간의 한국은행 생활을 끝내고 포스텍 대외협력처장에 도전한 배경은.

“고교 동창 중 포스텍 교수가 7, 8명 있다. 고교 동문회 간부를 맡고 있다 보니 포스텍 교수 친구들을 통해 학교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 근무 당시 무보수로 1년간 한국국제학교 총 교장을 맡은 적이 있다. 포스텍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대외협력처장을 뽑는다고 해서 당시 교장 때 학생들과 부대꼈던 추억이 떠올랐고 국가와 인류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스텍의 교육목표에 공감해 문을 두드렸다.”

_아시아 갑부 리카싱과 어떻게 알고 지내게 됐나.

“2006년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으로 발령 후 홍콩 주재 세계 각국 중앙은행 홍콩사무소장과 리카싱 회장 등 몇몇 유명 인사에게 한국은행 기념주화를 보냈는데, 이틀 뒤 리 회장이 ‘고맙다’는 인사의 답장을 보내왔다. 그 후 우연히 홍콩의 골프장에서 10여 명의 정장차림 사내들과 지나가는 한 중년 남자가 있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바로 리카싱 회장이었다. 곧장 달려가 ‘기념주화를 보낸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이다’고 소개하자 리 회장이 기념주화 선물을 기억하고 반가워했다. 이 일로 인연이 돼 지난 5월에도 홍콩에서 리 회장을 만나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_리 회장에게 홍콩 한국국제학교의 발전기금도 받았다던데.

“2008년 홍콩 교민들의 부탁으로 총교장을 맡은 한국국제학교는 한국 등 24개국 학생들이 다닐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빚을 내 학교 규모를 확장했는데 홍콩에 사스(SARSㆍ급성호흡기 증후군)가 돌아 갑자기 학생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고심하던 중 리커싱 회장이 떠올랐고, 불심이 깊은 그에게 불교경전인 금강경을 직접 손으로 써서 선물했다. 자필 금강경을 한국의 사계절 사진이 담긴 한국은행 노트에다 적어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자개함에 담아 학교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와 함께 보냈다. 리 회장이 당시 한국 돈으로 약 7,000만원을 선뜻 내 놓았다. 수십 조 원 자산가의 기부치고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리 회장의 기부 소식을 듣고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외국 재력가도 내는데 가만있어 되겠느냐’며 앞다퉈 발전기금을 냈고 그 해 10억 원을 모았다.”

_포스텍에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1억9,000만원의 창의연구장학기금을 유치했다. 비결은.

“국내 어느 대학이나 기부금은 90%정도 총 동창회에서 걷어진다. 그런데 포스텍은 설립 역사가 30년이 되지 않아 동문들 세가 약하다. 살펴보니 졸업생 가운데 벤처회사를 차린 동문 모임이 있었다. 이들이 성장해 포스텍에 연구소를 두고 본사를 포항으로 옮기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기업에도 포스텍의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에 나섰다. 대외협력처장 이름으로 먼저 1,000만원을 냈다. 알고 보니 직원들이 지역 기업을 찾아가 ‘우리 처장도 1,000만원이나 기부했다”고 소개하며 협력을 요청했더라.”

_포스텍이 2016년 개교 3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장학기금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외부에 기부를 부탁하면 ‘포스텍은 돈 많은 포스코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실상을 모르는 얘기다. 포스코는 상장 기업이라 임원이나 이사회 마음대로 학교에 지원할 수 없다. 학교 법인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으로 일부 재정을 충당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포스코 주가가 좋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부임 후 국내 대기업 회장 등에게 포스텍을 소개하고 ‘인재 양성에 투자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200통이나 보냈다. 그런데 단 2곳에서 답장이 왔다. 씁쓸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포스텍이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 외국에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올 초 해외 언론사 기자를 초청해 홍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은행 근무 때 쌓은 인맥을 총 동원한 덕에 일본 NHK와 중국 CCTV 등 26개 매체가 학교를 찾았다. 자신의 고향 대학에 20억 홍콩달러(4,000억원)를 내기로 약정한 리카싱 회장에게도 포스텍 소개 편지를 보냈다. 그의 투자 사실을 접하고 포스텍 장학기금 유치에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지난 1년간은 씨앗을 뿌렸으니 이제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약력

경기고 졸

서울대 경영대 경영학사 경영학석사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수석부국장, 연수원장, 홍콩사무소장

홍콩 한국국제학교 총교장

외환은행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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