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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탄 오픈카 나타나자 "비바, 파파" 수만명 연호·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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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탄 오픈카 나타나자 "비바, 파파" 수만명 연호·감격

입력
2014.08.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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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새벽부터 인파 몰려들어… 도착 직전 비 그치자 "축복받은 것"

교황 퍼레이드 도중 8차례 차 세워 아기들에 강복 내리고 입 맞추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퍼레이드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열광하는 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퍼레이드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열광하는 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5일 교황에게 선물한 티셔츠.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란 문구 아래 풍선이 달린 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5일 교황에게 선물한 티셔츠.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란 문구 아래 풍선이 달린 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비바 파파(교황만세)! 비바 파파(교황만세)!”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방한 후 처음으로 일반 대중과 함께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오전 10시 10분께 교황의 도착 소식이 전해지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곧 이어 교황을 태운 퍼레이드카가 경기장 북2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신자들의 환영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신자들은 흰 손수건을 흔들며 ‘비바 파파’를 연호했고 사회자의 주문에 맞춰 파도타기까지 연출했다.

경기장은 교황이 도착하기 전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식전행사로 천주교 대전교구 소년소녀합창단과 대전교구 성가대‘도나데이’의 성가 합창에 이어 가수 인순이가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롯해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거위의 꿈’을 열창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넬라판타지아’와 ‘아베마리아’를 불러 교황과의 만남을 고대하던 신도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조수미씨는“많은 무대에 서 봤지만 교황님 앞에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기 대신 KTX로 오전 9시42분 대전역에 내려 의전차량 ‘쏘울’을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교황은 이곳에서 영접을 나온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함께 산타페를 개조한 하얀색의 오픈카에 올라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안전 펜스를 따라 도열한 신자들은 태극기와 교황청기를 흔들며 교황을 환영했다.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퍼레이드에 오른 교황은 새벽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신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오랜 시간 모습을 보여 주려는 듯 천천히 움직였다. 도중에 어린 아이를 보자 차를 세우고 얼굴을 쓰다듬거나 입을 맞추며 각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퍼레이드 내내 무려 8차례나 차를 멈추게 했다.

경기장을 돌던 교황은 중간에 무개차에서 내려 신자들 속으로 들어가 손을 잡아 주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퍼레이드 도중에 한 여성신도가 안전펜스를 제치고 오픈카에 달려들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신자들은 새벽 4시부터 경기장에 입장해 미사를 기다렸다. 오전 7시에 이미 행사장 그라운드 좌석과 1~4층 관람석의 80%가 채워졌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신자들의 주차편의를 고려해 관내 성당별로 새벽부터 입장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외부에 마련된 관람석은 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자를 닦았다. 이범식(61)씨는 “밤새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교황이 오시기 직전에 비가 그치다니… 축복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행사 참석 신자들에게 복도에서 생수를 나눠 주느라 분주히 움직였고, 일부 신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아침을 못 먹은 신자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는 화기애애한 모습도 보여 줬다.

서울에서 왔다는 최혜지(26)씨는“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드린 것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가족들과 함께 새벽 4시반에 출발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경기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보조경기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3,000여명이 미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중구 으능정이 스카이로드에도 월드컵 경기장에 참석 못한 시민들을 위해 1500개의 의자를 마련하고 미사를 생중계했다.

오랜 시간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고령자 등 12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현장 응급의료소를 찾은 인원도 700여명에 달했다.

미사를 끝낸 신자들은 교황의 방한이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화윤(58)씨는“바티칸에서도 쉽게 뵐 수 없는 교황을 우리 지역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어 기뻤다”며“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나 군대문제 등으로 분열된 우리사회가 화합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집전에 앞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만나 15분가량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미사를 마치고 퇴장하는 길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어 기도를 해 준 뒤 행사장을 떠났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박주희기자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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