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우연히 만났대요. 처음에는 차나 한잔 마시는 정도. 수수한 인상에 이야기가 잘 통하니 부담스럽지 않고. 술자리도 두어 번 가졌대요. 이후엔 전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받으면서 친해진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한번 올래요’ 하더랍니다. 순간 ‘이건 아니다’ 한 거죠.”

모 부처 공무원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자신이 아니라 동료가 겪은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그녀의 정체는 영원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해당 공무원은 “보험설계사라고 했으나 정작 보험상품 파는 일엔 신경을 안 쓰더래”라며 “꽃뱀이 아니었나” 추측할 뿐입니다.

정부세종청사 출범 직후 한동안 공직사회에 꽃뱀 경계령이 떨어졌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남자 공무원들을 노리는 꽃뱀들이 세종으로 몰려들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소문에 따른 것이죠. 그러나 “어디 있다더라” “누가 걸렸다고 하더라”라는 무성한 추측만 난무할 뿐 아직 꽃뱀을 잡은 땅꾼은 없나 봅니다.

저 역시 세종에 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꽃뱀 많다며” 였습니다. 그때마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주제이다 보니 다들 관심을 가질 텐데, 겨우 건진 게 위에 밝힌 사연 정도입니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꽃뱀에 홀릴리 없는 이유들을 손꼽아 제시하기도 합니다.

1. 꽃뱀보다 똑똑하다

2. 일 하느라, 서울 오가느라 시간이 없다

3. 박봉이라 돈도 없다

일면 타당한 논리들입니다. 꽃뱀에게 당하려면 적당히 어수룩하고 타깃이 될 만큼 시간도 돈도 많아야 하는데, 자신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죠. 다만 그 이유 중에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그 한마디면 다른 변명은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을 텐데요.

올 초부터는 세종 공무원간 불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모 부처 간부의 부인이 남편의 외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투서를 냈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불륜 사건은 꽃뱀 사건과 달리 개연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1. 함께 일하다 보니 더 정이 들고

2. 상대적으로 눈치 덜 보면서 만날 짬도 있고

3. 세종과 서울을 하도 왔다 갔다 하니 가족들도 소재 파악이 쉽지 않고 등

그런데 말입니다. 꽃뱀이니 불륜이니 하는 문제가 비단 세종의 문제만일까요? 그런 사건들이야 장소 불문하고 터지는 게 당연지사인데, 유독 세종에만 관심을 두니 공무원들이 난감해할 법도 합니다. 참고로 제가 만나본 공무원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일에 치여 삽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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