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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비브 하우스’에 걸린 우리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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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비브 하우스’에 걸린 우리 문화재

입력
2014.08.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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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국제부 차장
조철환 국제부 차장

미국대사 관저에 우리 문화재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 일본과 서구 열강에 당한 과거 때문에 ‘약탈’이라는 단어가 먼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가움’이 정답이다. 5월29일 성김 대사 초청으로 ‘하비브 하우스’로도 불리는 서울 정동 대사 관저를 방문했다. 거기서 백범(白凡) 김구 선생 친필 휘호를 만났다.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 ‘두 나라가 평등ㆍ유익하게 잘 지내자’는 휘호는 서거 6개월전인 1949년 1월 한대선(韓大善)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그레고리 헨더슨 당시 미 대사관 부영사에게 써 준 것이다.

백범 글씨는 일본인 총탄에 맞았던 후유증으로 떨림이 있는 게 특징이라는 얘기를 떠올리고 살폈더니, 곳곳에 흔들림이 남아 있었다. 백범의 ‘한미우호’휘호를 한국인 피가 흐르는 대사가 바라봤다니,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사 관저 얘기를 꺼낸 건 미국 관련, 또 다른 반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7일 비자 때문에 미 대사관을 방문했다. 긴 사람 행렬과 서류작업을 떠올렸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일일이 서류를 작성하는 대신, 전자태그 방식으로 척척 진행됐다. 우리 말에 능숙한 재미교포 출신 영사 비중이 높아진 듯 비자 인터뷰도 수월히 진행됐다. 2011년 8월 폴 보이드 총영사 부임 이후 많은 개선이 이뤄진 듯 했다.

시중에는 미국 비자를 두고 많은 소문이 떠도는 모양이다. ‘어떤 서류가 필요하다’혹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똑똑한 한국말로 당당하게 말하는 게’ 최선인 것처럼 보였다. 미 대사관 영사과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준비 서류보다는 ‘인터뷰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자업무 개선을 접한 뒤 문득 미국의 ‘스페인어 공용화 정책’이 떠올랐다. 히스패닉 이민자에게 영어 대신 스페인어 사용을 용인하며 미국 용광로에 끌어 들이는 정책.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맞는 유연함도 잊지 않는 ‘프래그머티즘’이 지구촌에서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가능케 한 원천으로 느껴졌다.

조철환 국제부 차장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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