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정부세종청사 내 해양수산부 건물 앞 공터에선 특별한 장이 열렸습니다. 검정쌀 찰보리 구기자 등 농산물부터 멸치 뱅어 전복 미역 등 수산물까지 총 40여종의 품목들이 좌판에 놓인 채 팔리고 있었는데요. 평소 보안 문제로 외부인의 청사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 됐던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장터에 자리한 이들은 다름 아닌 전남 진도 지역 농어민들이었습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지역 경기가 침체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날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정부세종청사관리소가 참여해 판매 행사를 진행한 겁니다.

다행히 성과는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의 참여로 부처별로 구매가 이뤄진 것은 물론, 청사관리소도 이날만큼은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해 인근 주민들까지 찾는 등 성황을 이뤘습니다. 이틀 간 약 7,200만원어치 물건이 판매 됐고, 특히 첫 날엔 일부 준비한 품목이 다 팔려 추가로 진도에서 공수를 해오기도 했다고 하네요. 진도 주민들에게는 작지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을 겁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5동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진도 농·수·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찾아 멸치를 맛보고 있다. 왼쪽 두 번째 부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손재학 전 해양수산부 차관, 정 총리, 이동진 진도 군수. 진도 특산물 장터는 '세월호' 사고 100일을 맞아 정 총리가 진도를 방문했을 때, 위축된 진도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안해 마련된 것으로 8월1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뉴시스

그런데 이날 장을 멀리서나마 가슴 졸이며 지켜 봤을 사람이 또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인데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진도에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하며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있는 그에겐 진도의 경제를 살리는 또 다른 임무가 남아있던 겁니다. 실제로 이 장관은 부처 실무자들에게 이번 장터 이외에도 진도 특산물의 판로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사실 이 장관은 진도에 내려가 있으면서도 사회 각계에 지원을 호소해 왔습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으로서 지난 달엔 국내 각 언론사에 서한을 보내 “진도군민과 지역이 겪는 경기침체와 생활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고 기획재정부 등 중앙행정기관에는 다음 달 추석선물을 진도 특산물로 구매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터라 조심스럽게 진도 주민들을 살펴온 겁니다.

이 장관의 소리 없는 행보에 다른 부처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행정부는 서울 과천 대전 등 각 지역 정부청사에서도 진도 특산품 직거래 장터를 열기로 했고, 각 청사 구내식당 식재료에 진도 농수산물을 받기로 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가 이번에는 진도 살리기에 나섰는데요. 그의 바람대로 지역 경기가 어서 회복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사고 이전의 모습을 찾길 바랍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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