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사회부기자

교육부가 4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 학점 퍼주기 담합’(본보 1일자 8면) 기사에 대해 해명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교육부는 ‘로스쿨이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도 없이 학점 평가기준을 완화했다’는 본보의 지적에 ‘2011학년도부터 엄격한 상대평가를 실시했으나 일부 선택과목 기피현상 등 부작용이 심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평가기준을 일부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가 로스쿨들의 고충을 듣고 평가기준 완화에 합의해줬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취재 당시 교육부 담당자는 “로스쿨의 학점기준 완화는 보고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는 교육부의 해명도 이해할 수 없다. 로스쿨 대부분 졸업 전 이수해야 하는 90학점 중 60학점이 선택과목인데, 이에 대한 평가를 완화하는 것이 별 게 아니라고 치부한다면 도대체 뭐가 ‘큰 틀의 범위’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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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내 법학전문도서관에 학생들이 드나들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이번 학점 평가기준 완화로 올해 2학기부터 선택과목에서 A학점을 줄 수 있는 학생 수가 최대 10% 늘어나고 교수 재량으로 D학점을 주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로스쿨 학생들이 학과 공부를 등한시한 채 변호사 시험 공부에 ‘올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설립 취지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해명자료가 나온 배경도 참으로 어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도 관심을 갖고 있고, 교육부 고위 관계자와 대변인실에서 급하게 해명자료를 내라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로스쿨 운영을 엄격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교육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로스쿨의 ‘밀실 답함’을 두둔하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교육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협의회는 2010년 전체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의 75%까지 변호사 시험에 합격시키는 대신 학생들의 학점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로스쿨들은 자신들의 학생을 변호사 시험에 한 명이라도 더 합격시키려고 밀실에서 학점 평가기준을 몰래 낮췄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고 변호사 신규 채용시 객관적 평가도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부는 로스쿨 대변인을 자처할 것이 아니라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해명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로스쿨이 국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우수한 변호사의 산실로 바로 설 수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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