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도 글로벌과 모바일 두 단어의 뜻은 알고 계실 겁니다.”

최근 경기 분당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 돌고 있는 농담입니다. 이 농담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이 의장은 ‘은든형 경영자’라 불릴 만큼 대외 활동을 자제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가입자 3억명 돌파를 기념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때 무려 1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입니다.

이런 이 의장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활발하게 한다는 점인데요. 팀 별로 돌아가면서 토론회를 열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밖에서는 은둔의 이미지일지 모르지만 사내에서는 누구보다 대화와 소통에 적극적인, 때로는 ‘수다쟁이’ 이미지도 느껴질 정도라고 합니다.

이 의장이 최근 기회만 생겼다 하면 강조하는 단어가 바로 글로벌과 모바일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얘기했으면 사옥 곳곳을 다니는 환경 미화 직원들도 그 단어를 기억할 정도라는 게 네이버 직원들의 말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 의장이 언론 앞에 나타난 것도 라인의 글로벌 성공을 알리면서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중국 경쟁 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쿄 간담회에서 그는 중국 텐센트가 마케팅에 2,000억원을 썼고, 내년(2014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책정했는데 이에 맞서려면 네이버는 연간 순이익을 모두 마케팅에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전에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회사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중국 회사의 존재감이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올해 역시 이 의장은 국내에서는 시가총액(약 27조원)으로 10위 안에 들지만 글로벌에서는 애플, 구글, 텐센트 등 강적들이 즐비하다며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 도쿄 라인본사에서 열린 '라인 전 세계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회'를 가진 이해진 네이버 의장.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무려 12년만이었다. 네이버 제공.

이 의장은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500여명을 초청해 제주에서 주최한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 ‘특강’까지 했습니다. 스스로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떨려 했다고 하는데요. 이 의장은 실력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의 도우미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중소기업인들에게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이 의장의 이날 외출의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제 이슈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네이버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또 국내 중소기업의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지나친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의장은 이날 특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차별 문제는 지난해만 해도 일방적 시각이었으나 최근 언론에서는 잘 다뤄주고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PC에서는 70%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동영상 시장에서는 유투브가 시장 다 가지고 있고 국내 모바일 서비스 중에서는 페이스북이 광고 매출 상승률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도쿄 간담회 때도 이 의장은 “네이버가 처음부터 1등인 줄 알지만 원래는 야후코리아가 1등이었고 정부가 도와준 것 하나 없이 네이버와 다음이 열심히 싸워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라며 “최소한 정보의 역차별은 없어야 하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정부가 공정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네이버가 혼자 다 해 먹는다’ ‘네이버가 또 다른 권력이 됐다’는 등 네이버를 향한 십자포화를 더 이상 가만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 의장이 직접 나서서 따질 건 따지고 해명할 건 해명하겠다는 뜻이겠죠. 그의 이런 행보를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1등 회사의 앓는 소리로 치부할 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죠.

지난주 발표한 네이버의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수치가 있습니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라인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3% 증가한 2,16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31%에 달하는 수치로 네이버 실적 사상 해외 매출 비중이 3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답을 찾겠다는 이 의장의 말이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반면 국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난 4,8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이 의장은 ‘비유’ 화법을 상당히 즐겨 한다고 합니다. 그는 종종 네이버를 ‘목척(나무배)’에 빗댄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는 크고 강한 배라 할 수 있는 미국, 중국 경쟁 회사들에 비하면 위태로운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요. 지난달 중기중앙회 포럼 때는 이 의장은 본인을 축구 포지션인 ‘윙포워드’라 칭해 참석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했는데요. 월드컵 시즌에 맞게 인터넷 시장을 축구로 비유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만드는 사람을 공격수로, 공격수가 싸우는 동안 뒤에서 회사를 튼튼하게 경영하는 사람을 미드필더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그 동안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였지만 이제는 후배들에게 골을 넣도록 센터링을 올려주는 라이트 윙 역할을 하겠다”며 “김상헌 대표가 미드필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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