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ㆍ정권교체 불가능 판단

새정치민주연합에 내린 퇴장 명령

유권자들 정치의식 제대로 읽어야

7ㆍ30재보선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모두 사퇴했다. 15개 선거구 가운데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곳은 서울ㆍ수도권 6곳과 광주ㆍ전남의 2곳. 서울ㆍ수도권 6곳은 1대 5로 야당의 패배, 광주ㆍ전남의 2곳은 1대 1로 균형을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4대 11이라는 스코어가 야당 지도부의 사퇴 이유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광주ㆍ전남 2곳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엄중한 레드카드’를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퇴장을 명령한 ‘레드카드’의 한쪽 면은 순천ㆍ곡성 새누리당 이정현씨의 당선이다. 선거에 임한 이씨의 눈물겨운 노력과 성실을 유권자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당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많았다. 이씨의 고향은 곡성이고, 상대인 새정연 서갑원씨의 고향은 순천이다. 곡성과 순천은 인구비율이 1대 9에 가깝다. 순천 유권자들이 새정연 지도부에 ‘이제 그만 하라’는 퇴장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때리기까지야 하겠는가’했다가 실제로 맞았고, 그것도 몹시 아프게 맞은 것을 깨달았다. 안방 가족친지의 민심을 몰라도 너무나 몰랐다.

광주 광산을 권은희씨 상황은 ‘레드카드’의 또 한 면을 보여준다. 공천과정의 논란은 알려진 바이지만, 결과가 그 심각성을 확인시켰다. 광산을 투표율은 22.3%로 이번 선거 15곳 가운데 최저. 권씨의 득표율은 60.6%였다. ‘만사 제쳐놓고 새정연이 내세운 권씨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나선 유권자가 14.7%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광주가 권씨에 대한 ‘비토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보였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ㆍ기장갑 새누리당 배덕광씨 당선(투표율 22.9%, 득표율 65.6%)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적극적 ‘레드카드’를 꺼낸 순천ㆍ곡성의 투표율이 15곳 중 최고인 51%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새정연 지도부가 순천ㆍ곡성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면, 광주에서는 민심을 애써 외면한 셈이다. 이번 7ㆍ30재보선의 결과가 4대 11이 아니라 실제로는 3대 12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상대방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받은 ‘레드카드’보다 경쟁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받은 ‘레드카드’에서 더욱 아픔을 느껴야 한다. 야당의 참패가 공천실패나 전략부재에 있다지만, 본질적 원인은 민심을 몰랐고 민심을 외면한 데 있다.

광주ㆍ전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우리 동네 우리 지역 사람이 국회로 나가고 정권을 잡는 게 좋다는 마음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억누를 수 있는 분명한 ‘욕구’가 있으니, 바로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다. 경남 김해 사람 노무현을, 부산 사람 문재인과 안철수를, 일본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 김한길을 광주ㆍ전남의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을 갖지 않는다. 정치개혁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우리가 남이가’ 수준을 능가하는 연대의식을 발휘한다. 거꾸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옐로카드’를 거쳐 냉정하게 ‘레드카드’를 꺼내 든다. 현재의 새정연 지도부로는 정치개혁과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새정연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ㆍ전남의 ‘레드카드’는 지역적 특성에 맞물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차원에서 서울ㆍ수도권 상황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6곳에 대한 선거결과는 야권 지지자들이 현재의 야당에 대해 꺼내든 ‘옐로카드’라 할 수 있다. 야당이 패배한 5곳 모두가 공천실패와 전략부재라는 정치기술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다. 야권 지지자들이 ‘과연 김한길ㆍ안철수 새정연이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가’하는 회의감을 표현했다. 명확하고 단호하지는 않다지만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는 경고는 충분히 전달했다.

한편 순천ㆍ곡성에서 유권자들이 새정연에 꺼내든 ‘레드카드’는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대구ㆍ경북에서, 부산ㆍ경남에서, 충청도와 강원도에서도 ‘엄정한 심판의 룰’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했다. 광주ㆍ전남의 ‘레드카드’에 기대를 갖는 이유다.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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