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평택공단에 가 보니...

품질경영ㆍ전자태그 시스템 구축

국내 첫 세파 항생제 '트리악손', EU-GMP 승인 획득 쾌거

獨ㆍ英ㆍ佛ㆍ伊 4개국서 시판 허가, "美 인증에도 도전" 야심찬 포부

한미약품 평택공단 세파플랜트 생산직원이 세파항생제 '트리악손' 외부세척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국내 주요 제약사 2분기 실적이 최근 발표됐다. 눈에 띄는 회사가 바로 한미약품(대표이사 이관순)이다. 한미약품은 올 2분기 매출액은 3.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6.3%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의 결정적 이유는 매출액의 19.6%인 365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 내수가 얼어붙자 기업들이 매출실적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 사업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미약품이 R&D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한미약품 평택공단에 있었다.

“EU-GMP 획득 못하면 옷 벗자” 사투 끝에 결실 맺어

한미약품 평택공단을 찾은 지난달 30일 오후. 실외온도는 이미 30도를 넘어섰다. 김태서 평택공단 공장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해 ‘EU-GMP(유럽연합 우수의약품 안전관리기준)’ 승인을 획득하지 못하면 자기와 함께 사직하자며 공단 주요 팀장들에게 사직서를 받은 장본인이다. 김 공장장의 배짱과 집념으로 한미약품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독일 의약품당국으로부터 GMP 실사를 받아 국내기업 최초로 세파항생제 완제의약품 ‘트리악손’이 EU-GMP승인을 획득했다.

EU-GMP 승인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품질경영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했기 때문. 품질선언(Quality Statement), 품질메뉴얼(Quality Manual)을 바탕으로 39가지가 넘는 품질규정과 500여 종의 기준 및 시험법, 제조지지서, 계획서와 함께 품질기록, 보고서, 제조기록서 등으로 구축된 품질경영 시스템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평택공단은 지속적인 품질경영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공단 전체인원의 33%가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노력의 대가는 달콤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달 유럽 4개국으로부터 세파항생제 ‘트리악손 1g 주사제’의 최종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는 독일 의약품당국(BfArM)을 통해 획득한 것으로, 유럽통합승인절차(DCP)에 따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4개국에서 트리악손이 시판된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을 통해 세파항생제 원료의약품(API)를 30여 년간 수출하며 유럽에서 30%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세파항생제 완제의약품 트리악손 시판허가로 유럽수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평택공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다.

한미약품은 4개국을 시작으로 시판 국가를 늘리고, 유럽 상위 제약기업과 협력해 연간 1,000만 바이알(bial) 규모의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포르투갈 ‘BASI’사(社)를 통해 연간 100만 바이알 규모의 트리악손 현지 수출 계약을 했다.

‘원스톱’ 첨단시설에 ‘전자태그’ 시스템까지

트리악손이 생산되는 세파플랜트로 발길을 옮겼다. 청정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제조시설은 균을 보유한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생산과정이 ‘원스톱’인 점도 놀라웠지만 외부세척과 외관검사를 통해 1개의 불량품조차 용납하지 않는 평택공장 직원들의 노력에 감탄했다. 평택공장 관계자는 “6개월에 한 번씩 불량샘플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는데 외관검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업무에서 제외 된다”고 했다.

발길을 돌리려 하는데 “가장 중요한 공정을 놓칠 셈이냐”며 공장 관계자가 손을 잡는다. 관계자가 가리킨 것은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자태그(RFID)’공정.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해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로, 제품에 활용하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정보를 초소형 칩에 내장해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다. 2009년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 한미약품은 현재 모든 의약품에 RFID를 적용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전 의약품에 RFID를 적용해 생산에서 판매까지 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세계 최고시설을 갖춘 세파플랜트에서 나오니 최근 증설 중인 바이오플랜트가 보인다. 한미약품은 바이오 신약 후기임상과 초기 상업 생산물량 공급을 위해 381억원을 들여 cGMP(미국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급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지구촌 건강 위한 길 ‘중단’ 없다

‘우리는 고귀한 생명을 위하여 더 좋은 약을 만들고 모두의 소망을 위하여 더더욱 정성을 다하며 자기성장과 사회봉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공장 방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구가 바로 한미약품 ‘사시(社是)’였다. 사시가 공염불이 되지 않고 생산현장에서 실천되고 있기에 한미약품이 평택공단을 세파항생제와 바이오의약품의 동북아 생산기지로 육성할 것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김태서 공장장은 “제품생산이 중단되는 등 모든 생산 공정과 시스템을 선진 GMP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순수 국내기술로 최고 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한미약품 임직원들의 뚝심이 위기극복에 원동력이 됐다”며 “미국 등 기타 선진국의 수출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세파?바이오 플랜트의 ‘cGMP’획득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평택=김치중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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