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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전략·비전 공유… 구성원들과 소통하니 통합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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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전략·비전 공유… 구성원들과 소통하니 통합 저절로"

입력
2014.07.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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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위 건설 구조설계 SW업체, 작년 입사 경쟁률만 505대 1

"학벌·스펙보다 인간 본성 중시… 첫 번째 입사 조건은 '열정'"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오늘날 회사가 건설구조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회사 비전을 공유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고 통합한 조직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오늘날 회사가 건설구조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회사 비전을 공유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고 통합한 조직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마이다스아이티 직원들이 회사 내 마련된 피트니스 센터에서 런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마이다스아이티 직원들이 회사 내 마련된 피트니스 센터에서 런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505대1’.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경쟁률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대기업도 아닌데, 이 기업의 지난해 입사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이렇게 몰려드는 걸까.

일단 복지 수준이 파격적이다. 호텔식 세끼 식사에, 낮잠 시간 70분이 보장된다. 직급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 승진된다. 능력만 인정되면 입사 2년 차에도 팀장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직장인에게 중요한 연봉(초봉 약 4,000만원)도 웬만한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적극적인 나눔이나 봉사활동을 벌인 직원에게 주어지는 ‘나눔상’ 등 포상제도 또한 다양하다. 매월 한 번씩 구성원들이 가족들과 고급 호텔식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크릿 셰프’ 이벤트도 인기다. 체력 단련을 위한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지불해준다. 공짜 사내 미용실도 운영 중이다. 없는 것도 많다. 직원들에 대한 징계나 정년 제한도 없다. 업무는 물론, 회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는 설문에 대부분의 직원이 ‘그렇다’고 답을 하는 회사다.

직원들이 행복하니 실적 상승 곡선은 계속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외 전체매출이 750억원으로 연평균 성장세가 2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체 실적도 회사 설립(2000년) 이후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도깨비 같은 회사가 과연 있을까 싶겠지만, 판교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기계ㆍ건설 구조 설계 소프트웨어(SW) 전문 개발 중소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다. 이 회사 소프트웨어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와 9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한일 월드컵 경기장, 인천대교 설계 등 국내외 수많은 상징적 건물 건설에 핵심 소프트웨어로 적용됐다. 이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넘버1’에 오른 마이다스아이티의 창업자 이형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이 대표는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려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자유롭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패기 넘쳤던 젊은 시절을 보낸 그에게 대기업의 획일적이고 상명하복식 문화와 복잡한 의사 결정과정이 기업 경영에 큰 제약이 된다는 점을 체감했고, 그런 문제의식이 마이다스아이티의 기본 경영철학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건설 구조 설계 소프트웨어는 대형 건물을 짓기 위해선 필수다. 대형 건축물이나 교량 터널 등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바람 태풍 지진 등과 같은 각종 재해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사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이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마이다스아이티 작품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하고 세계 시장에서 또한 1위를 고수할 만큼, 마이다스아이티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오늘날 마이다스아이티가 이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창립 4주년 기념 워크숍이었습니다. 첫날 저녁 포크가수 초청 공연을 마치고 직원들과 소감을 나누는 데, 한 신입사원이 갑자기 ‘왜 아이돌 가수가 아닌 무명 가수를 불렀냐’고 불평을 하더라고요. 구성원이 100명이 넘어가면서 이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직률도 늘어났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무관심했던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눈 앞에 보인 회사 실적보다 구성원들의 내면에 잠재된 갈등과 불만을 해결하고 직원들부터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제일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갔다. 모든 정책을 결정하기 이전 직급별, 부서별 간담회를 갖고 구성원들 의견 수렴과 더불어 사소한 궁금증도 모두 풀어줬다. 회사 경영 방침을 변경할 때는 반드시 전사 설명회를 열고 임직원들과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회사 전략과 비전 공유가 구성원들의 통합에 필요한 선결 조건이란 자체 진단에서였다.

공학도 출신 이 대표가 구성원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가 인간 본성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를 알기 위해 심리학과 뇌신경과학, 생물학, 진화학까지 공부했어요. 그래서 터득한 게 자연주의 인본경영입니다. 인간 본성과 자연의 이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재를 키우는 경영이죠.” 이 대표는 마이다스아이티만의 기업관을 이렇게 소개했다.

학벌 스펙보다는 인간 본성을 중시한다는 그의 신조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채용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첫 번째 입사 조건은 ‘열정’입니다. 열정이 높은 사람은 욕망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잘 이뤄지고 빨리 성장할 수 있어서죠. 지식 수준을 의미하는 스펙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식은 언제든지 학습할 수 있거든요.” 그가 상대평가 대신 연초 직원 스스로 설정하는 목표 기준 달성 여부로 판단하는 절대평가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원칙에서 비롯된다.

이 대표는 사세 확장의 원동력을 회사와 구성원들 사이에 단합된 조직력에서 찾는다. 그는 “리더란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며 “이런 환경에 있는 구성원들이야말로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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