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생각이 뭔가요. ‘몇 시지’ ‘에고 머리야(숙취)’ ‘출근하기 싫다’ ‘오늘 뭐해야 하더라’ 등. 어떤 이는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부터 집어 들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세종, 특히 기획재정부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고 하네요. ‘지금 어디지’ ‘어디로 가야 하지.’ 서울과 세종을 수시로 왕래하다 보니 아침에 깨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어떤 공무원은 서울에서는 머리 왼쪽에, 세종에서는 머리 오른쪽에 휴대폰을 두고 잔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너무 피곤해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휴대폰 알람 기능에 시간뿐 아니라 장소까지 알려주는 기능을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컨대 알람음 대신 “세종~ 여기는 세종~” “오늘은 서울” 하는 식으로요.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로 가는 통근버스를 타고 피곤한 모습으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1,000여명은 매일 도로 위에서만 5시간 정도를 허비하는 실정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특히 최근엔 기재부의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왕복 4시간이 넘는(버스 기준) 거리를 이틀에 한번 꼴로 오간다고 합니다. 일주일마다 하루의 절반(12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죠. 국회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왕복 거리(281㎞)로 따지면 일주일에 1,000㎞ 가까이 되네요.

서울과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예산 관련 민원이 줄어들 법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민원인이야 그게 서울이든, 세종이든 어차피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고, 국회의원들은 호출하면 그만이니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속옷이나 와이셔츠 수급 조절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아침에 깼는데 옷이 없으면 큰일이잖아요.

하긴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지난 한해 끊은 KTX 티켓이 400장이 넘는다고 할 정도니, 그보다 낮은 급수의 공무원들 사정은 미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세종 출범 2주년이 됐으니 이제 어느 정도 생활이 익숙해졌을 법한데,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을 수시로 오가는 일만큼은 죽어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하네요.

세종 인구는 정부 부처가 차례로 이주해오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11만 명이 넘었습니다. 전년보다 2만5,000명 가량 늘어난 수치죠. 그러나 세 집 중 한 곳이 나 홀로 가구(32.8%)일 정도로 잠자리가 외로운 도시입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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