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영화관 등 유아 출입금지 확산 "키즈 카페도 부족… 명백한 차별"

아기 잠깐 맡길 곳조차 없어. 서울 시내에서 한 엄마가 자녀 두명이 탄 유모차를 힘겹게 밀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주부 김모(32)씨는 이달 초 30개월 된 딸을 태운 유모차를 밀고 서울 자양동 한 카페에 들어가려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카페 주인은 출입문에 붙은 ‘유모차는 나가주세요’ 문구를 가리켰다. 장을 보고 귀갓길 땡볕에 파김치가 된 김씨는 “유모차를 밖에 두겠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카페 주인은 “아이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어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씨는 “종종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아이 키우는 설움을 맛본다”고 털어놨다.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확산되면서 엄마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고급 음식점과 백화점 VIP 라운지,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골목길 작은 카페와 찜질방까지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여섯 살 딸과 네 살 아들을 키우는 이윤아(32ㆍ서울 휘경동)씨는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하루를 찜질방에서 보내려 했지만 “미취학 아동은 소란스럽다”며 제지를 당했다. 이씨는 졸려서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며 묵을 곳을 찾느라 곤욕을 치렀다.

영화관 문턱도 높다. 이씨는 “일반 영화관은 어둡고 소리가 커서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아이들 전용관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유모차를 위해 계단을 없애거나 낮추고, 상영 중에도 흐린 조명을 켜놓는 등 아이들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전용관은 하계동CGV, 영등포ㆍ신도림ㆍ상암동 롯데시네마 등 서울 시내 4곳, 서울 이외 지역에선 수원 메가박스 1곳뿐이다.

때문에 엄마들은 불만이 크다. 김현(33ㆍ서울 이문동)씨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키즈카페도 찾아가기 어렵다”면서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키즈카페는 200여곳이지만 대부분 큰 아파트 단지에 몰려 있다. 게다가 비용 부담도 크다. 아이 입장료에 ‘1인 1주문’인 식음료 가격을 내면 2만원이 넘고, 보통 2시간을 넘기면 추가요금이 붙는다.

그렇다고 아이를 거부하는 업소 주인들을 일방적으로 욕할 수도 없다. 트위터 ‘카페 옆 대나무 숲’ 등 카페 주인들의 온라인 모임에서는 ‘아이들이 카페 안에서 컵라면을 먹어 식겁했다’ ‘카페는 어린이집이 아니다’ 등 불만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한 달 전 운영하는 카페를 ‘노 키즈 존’으로 바꾼 임모(33ㆍ서울 연남동)씨는 “얼마 전 칭얼대는 아이 때문에 다른 손님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조용한 분위기가 깨지면 손님들이 줄어 주변 카페들도 ‘노 키즈 존’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진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상업 공간이라도 누군가의 이동이나 사용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인 만큼 일방적으로 통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에게도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무조건 ‘오냐 오냐’할 게 아니라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타인에게 폐를 끼쳐 미움 받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진정한 아이 사랑”이라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 등을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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