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응 아닌 환경창조에 주력해야

영웅의 마음과 자질은 경영자의 소양

보이지 않는 환경 채워 놓는 창의성 필요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 명제는 피터 드러커를 비롯한 수많은 경영학자들이 기업에 제시해온 전략대안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업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경쟁기업들이 이를 급변하는 환경으로 느끼고 쫓아오도록 해야 한다.”

지구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 중 환경적응을 제일 잘하는 동물은 열대지방에 사는 카멜레온이다. 그러나 정작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환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창조한 인간이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응하는 기업은 생존하지만, 산업환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창조하는 기업은 산업을 선도한다.

몇 년 전 소비자 제품을 다루는 00산업을 선도하는 A기업 경영자들에게 ‘00산업의 환경변화와 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 뒤 같은 산업 2위인 B기업에서 같은 주제로 강의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B기업 강의가 끝난 직후 업계 3위인 C기업으로부터 같은 강의를 요청 받았다. 2주 사이에 00산업에서 1, 2, 3위를 하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전략 강의를 세 번 한 셈이다.

B, C기업에서 강의하면서 자괴감이 생겼다. 업계 1등에게는 환경대응전략으로 1등을 유지하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지만, 2, 3등에게는 환경대응전략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B, C기업이 A기업을 이기고 1등이 되려면 대응전략과 다른 전략, 환경을 창조하는 전략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창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기업이 산업을 선도하려면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는 가설에 대한 논리적 틀은 경영학에 없다. 고민하다가 실마리를 찾은 것이 고교시절 토론 동아리에서 다뤘던 주제였다.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서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은 맞고 틀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철학을 반영하는 두 견해다.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이 환경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맥락 속에서 19세기에 개발된 영웅 이론에서 환경창조 이론을 만드는데 필요한 논리적 틀을 찾아보았다.

인류사에서 가장 근세에 거론된 영웅은 나폴레옹이었다. 나폴레옹이 죽은 후 영웅에 대한 수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당시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영웅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마음과 자질을 들었다.

영웅의 마음은 간단히 표현해서 젊은 마음이다. 영웅은 흘러간 옛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이다. 영웅의 자질은 ①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독창적 통찰력 ②지식, 정보, 인내, 판단력과 같은 재능 ③ 넓은 도량과 신뢰를 갖춘 리더십 ④추종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고결심 ⑤초심을 버리지 않고 자신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진정성으로 구성된다.

영웅 이론에서 찾아낸 ‘영웅의 마음과 자질’을 기업의 환경창조 메커니즘에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환경적응과 환경창조에서 두 가지 차이를 찾아냈다. 첫째는 비전이다. 환경적응 메커니즘은 단순히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지피지기, 즉 경쟁자와 자신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는 반면, 환경창조는 영웅의 마음인 독창적 통찰력에 해당하는 비전에서 출발한다. 비전을 정하면 이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환경이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 환경의 재구성이다. 환경적응은 존재하는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뿐이지만, 환경창조는 기존환경 중에서 비전을 달성하는데 불필요한 환경을 버리고 존재하지 않지만 필요한 환경을 채워 넣는 재구성 과정을 필요로 한다.

환경변화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앞서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과이다. 환경변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기업은 1등이 되고, 환경적응을 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생존,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에 급급해하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을 업계 1등으로 이끌고 싶은 경영자에게 환경창조 메커니즘을 권한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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